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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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아무개 목사의 아내

2009.06.02 06:25

김동욱 조회 수:718 추천:120

어제는 특별한 이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저는 뉴저지에 있는 XX XXX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XXX 목사의 아내 XXX 입니다.”로 시작되는 이메일이었습니다. 제가 혹시 글을 잘못 읽은 것은 아닌가 하고 다시 한번 읽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사모’라는 호칭은 스승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지체가 높은 사람의 부인’을 부르는 호칭으로 확대 적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장관의 부인을 부를 때도, 시장의 부인을 부를 때도, 사장의 부인을 부를 때도, 부장의 부인을 부를 때도, 아뭇튼 자기 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의 부인을 호칭할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사모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사회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에서도 쓰입니다. 목사의 부인을 사모님이라고 부릅니다. 전도사의 부인도 사모님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교회 안에는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지체가 아무리 높은 사람도 자기 아내를 호칭할 때 ‘사모(님)’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총리도, 장관도, 회장도, 사장도 자기 아내를 부를 때는 ‘우리 집 사람’, ‘제 안 식구’, ‘아이(들) 엄마’ 등의 호칭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어떻습니까?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자기의 아내를 ‘사모(님)’라고 부릅니다. 남편이 아내를 높여 부릅니다. 코미디도 보통 코미디가 아닙니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웃기는 코미디가 있습니다. 목회자의 아내가 자기 스스로를 ‘사모’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사모’라는 호칭이 ‘타인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면 자기 스스로가 자기를 높이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총리 부인도, 장관 부인도, 회장 부인도, 사장 부인도 아무리 지체가 높은 사람의 부인도 자기가 자기를 ‘사모’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자기 아내를 사모라고 부르고, 자기 스스로를 사모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시 되는 ‘교회’ 속에서 살아 오다가 “XXX 목사의 아내”라는 표현을 대하고 나서, 그래도 바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모님’이 계시다는 사실에 어제 종일토록 상쾌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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