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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동행의 기쁨 /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 님

2003.07.21 02:05

오연희 조회 수:117 추천:13

동행의 기쁨 /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 님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 성교육은 시작됩니다.

90년대 텔레비전 앞에 온 가족을 불러 앉혀 놓고 아줌마 특유의 입담으로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을 위하여)"을 부르짖어 박장대소하게 만들던 구성애 님(48세).

터지는 웃음만큼이나 우리 사회에 막혀있던 성담론의 물꼬를 시원하게 터 주던 그가 2년 만에
《니 잘못이 아니야…》라는 책을 들고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한동안 언론 매체에서 사라진(?) 것은 강의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책으로 묶는 한편,
청소년 성교육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틈틈이 글을 쓰고 강연하고, 인터넷에서 청소년들의 고민을 밤새워 들어 주던 그는 뜻밖에도
아이들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방송을 계기로 아이들의 성 문제가 널리 알려졌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솔직히 잘 몰랐어요.
그런데 인터넷에 올라오는 고민을 들어 주다 보니 제가 답을 올리기도 전에 또래 아이들이 경험담을
올리며 스스로 해결하더라고요. 저보다 더 지혜로운 답변을 해 주는데 깜짝 놀랐어요.
성 경험을 당연하게 여길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내리는 결론은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이 되자"는 식으로 긍정적이었죠."

12월, 문을 연 아우성 센터 홈페이지에 등록된 회원은 12만 명,
날마다 4백여 개의 상담이 올라온다.

여기서 아이들은 "1318 솔직한 모임" "섹스가 뭐냐고요?"
"책임있는 나" 등 3백 개의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어 성에 대한 궁금함과 고민을 진지하게 묻고
대답하며 풀어내고 있다. 이런 모습에서 그는 교육의 대상으로 봐 왔던 청소년이 오히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이며, 청소년이야말로 "아우성 운동" 을 이끌어 갈 주인공임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교육은 정작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다는 것도.

"어른 세대에게 성은 늘 가십이나 음담패설 정도에 머물러 있어요. 어려서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유아기 때 "성은 밝고 좋은 것" 이라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합니다.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은
옷을 벗고 주무시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 주셨거든요. 그 모습이 얼마나 정겹던지 부부란 저렇게
옷 벗고 자는 거구나, 참 아름답구나 생각했죠."

하지만 기성 세대가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87년부터 강의를 하는 동안 그는 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되었음을 실감한다.
강의 초기에 보이던 호기심 정도의 반응이 지금은 열띤 토론으로 매번 강의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우스갯소리를 많이 해선지 저를 보면 웃을 준비부터 했죠. 하지만 이젠 아무도 웃지 않아요.
오히려 너무나 진지하죠. 단순한 쾌락으로써의 성이 아니라 임신, 낙태를 비롯한 자기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생활 속의 성?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그는 원래 노동운동가였다.
연세대 간호학과 시절부터 농촌운동, 노동운동을 했다. 강직한 성품은 독립운동가로 고문을 당할 만큼
올곧았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늘 현장에 머무르기를 소원한 그가 성교육 강사로 나선 것은 7년 동안
산부인과 병동에서 3천 명의 아기를 받으며 겪은 이야기를 주위에 들려주면서다.
성에 대한 솔직한 표현으로 우리 사회에 "밝고 아름다운 성"을 화두로 등장시킨 그는 강의가 뜨거워질
수록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

그 자신 초등학교 때 성폭행당한 기억 때문이었다. 그는 이마저 강의에서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10년 전, 강의 도중에 처음 고백했죠. 말할 때마다 마음이 점점 자유로워졌어요.
상담 창구에서 보면 어린이 성폭행이 아주 흔해요. 그 아이들을 밝게 해 주어야겠다,
고통을 극복하고 잘 자란 내 모습을 보여 주며 위로하고 싶었죠. 무엇보다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이 땅의 아버지, 남자들에게 호소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펴낸 《니 잘못이 아니야…》에는 절망과 탄식이 아닌 눈물 속의 웃음과 희망으로 성폭행을
극복한 이야기가 자세히 담겨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니 잘못이 아니야?는 바로 성폭행을 당한
어린 그를 어머니가 꼭 껴안아 주며 한 말이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을 알려 주고 있는 이 책에서 그가 제일 강조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최저선 지키기". 흡연과 음주, 가출, 임신과 낙태 등 뉴스 속에서나 보았던 일이 자녀에게
일어났을 때 부모들이 이것만은 지켜 달라는 충고다.

"실수로 넘길 수 있는 일이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완전 실패"의 길로 접어들 수 있게 합니다.
다그치고 야단치기보다 아이를 100퍼센트 받아 주고 이해하면서 대화로 풀어야 합니다.
아이의 인생을 여든 살까지 바라봐야 합니다."

그는 "아름다운 성"을 생명, 사랑, 쾌락으로 정의한다. 방송에서는 아이에서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생명"을 강조하다 보니 교훈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사랑과 쾌락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특히 쾌락은 감각만을 추구하는 "가짜 쾌락"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아는 "기쁨"이 있는 쾌락이다.
이 세 가지를 가장 풍요롭게 실현할 수 있는 것이 결혼이다.

"결혼 생활은 녹록치 않아요. 수많은 갈등과 고통, 사고, 질병이 있죠. 그것을 극복하면서 성숙해져야
"영혼의 사랑" 으로 비로소 나아갈 수 있어요. 즉, 배우자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거죠.
요즘 이혼이 많아지는 까닭은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사랑" "20대에만 머무른 사랑" 이기 때문이에요.
어른 세대도 이런 성교육을 받아야 해요. 성교육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누구나 평생 받아야 하는 거죠."

내 몸과 마음을 사랑하고 타인의 삶을 배려하는 것이 진정한 성교육의 시작이라는 구성애 님.
이제 그는 "제2의 푸른 아우성"을 준비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활동하는 3백개의 모임을 기반으로
모든 중고교, 대학교에 아우성 동아리를 만들고, 이들이 1년에 한 번 모여 아우성 대회를 개최,
전국적인 문화운동으로 바람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1년 전 붉은악마가 그랬듯 "밝고 아름다운 성"을 부르짖는 청소년의 푸른 아우성이 온 나라 안에
물결을 이루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 아우성 센터 : www.9sungae.com (글ㆍ사진 / 김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