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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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나는 마음을 사러 갔다

2003.06.06 05:48

남정 조회 수:421 추천:101






나는 마음을 사러 갔다.
☆ 마음 하나만 주세요.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 어떤 것이 있나요?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
으로 크게 나눌 수 있죠.
☆ 어느 쪽이 더 좋죠?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격으로만 보자면
<단단한 것>이 조금 싸답니다.
☆ 그 쪽이 싼 이유는 뭐죠?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 왜요?
그것은 단단하기 때문에 좀처럼 부서지진 않지만
일단 한번 부서지면 다시는
원래 대로 돌아올 수가 없어요.
비슷한 모양으로도 못 만들어요.
산산조각이 나 버리니까
☆ 그렇게 되면 다른 마음을 다시 사야 하나요?
우린 같은 손님에게 물건을
두 번 팔 수가 없어요.
그냥 마음 없이 사셔야 해요.
☆ <단단한 마음>이 부서지는 일 같은 게
쉽게 일어날 리 없잖아요.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저희도 쉽게 부서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만들지만
"부서지지 않는다" 는 보증서는
써드릴 수가 없어요.
세상일이란 알 수가 없으니까요.
☆ 그럼 <부드러운 것> 쪽은 어때요?
그건 단점이 없나요?
사소한 단점은 그쪽이 훨씬 더 많죠.
예를 들자면...
☆ 예를 들면?
쉽게 다치죠. 아무 것도 아닌 일에도...
☆ 그런 건 싫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아물어요.
아무래도 부드러우니까...
☆ 아무리 많이 다쳐도?
그럴 경우도 있겠죠.
만약을 위하여 <부드러운 마음>
을 사시는 분들께는...
특별히... 약간의 <따뜻한 시간>을 드리고 있어요.
그 때문에 가격이 좀 비싼 것이긴 하지만...
☆ <따뜻한 시간>이 뭘 할 수 있죠?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죠.
☆ 다른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것을 사 가나요?
그건 알려드릴 수가 없어요. 규칙이라서...
☆ 그 사람이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있나요?
알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드러운 마음>이나 <단단한 마음>에도...
워낙 종류가 많아서...
☆ 그래요?
어떤 쪽으로 하실 건가요?
☆ 글쎄요...
결정이 되면...
이쪽 컴퓨터에 입력하세요.
이름과 생년월일을 빠뜨리지 마시고...
선택하십시오 <마음>
1. 단단한 마음
2. 부드러운 마음
선택하십시오 <껍질의 강도>
1. 단단한 것
2. 부드러운 것
선택하십시오 <알맹이의 느낌>
1. 고무공처럼 말랑말랑한 것
2. 물처럼 촉촉한 것
3. 솜털처럼 폭신한 것
♠ ♠ ♠ ♠ ♠ ♠ ♠
<주의> 일정 시간 동안 입력하지 않으시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 선택하십시오 ------> 2
잠 시 기 다 리 십 시 오
껍질은 단단하고..
알맹이는 물처럼 촉촉하며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마음>을
선택하셨습니다.. 저장하시겠습니까?
(예-->1 / 아니오-->2)
------> 1
저 장 되 었 습 니 다
마음을 구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드러운 마음>을 구입하신 분께는
약간의 <따뜻한 시간>을 드립니다.
잊지 말고 <따뜻한 시간>을
함께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나는 마음을 샀다
당신을 만나 상처 받은 내 마음은
<따뜻한 시간>속에서 다시 아문다.

<솜이의 종이피아노>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