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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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종은 '놈' 이거나 '년' 이다

2010.11.22 04:20

김동욱 조회 수:427 추천:94


사장이 과장에게 묻는다.
"김 부장 어디 갔나?"
사장의 질문에 과장이 답한다.
"김 부장 외근 나갔습니다."
그렇게 답해야 어법상 맞는다.
"김 부장님 외근 나가셨습니다."라고 답하면 바른 어법이 아니다.

헌데, 교회에서 사용하는 어법은 다르다.
목사가 전도사를 부를 때도, 장로를 부를 때도, 집사를 부를 때도, 꼭 끝에 '님'을 붙인다.
서로를 높이고, 우리 모두는 하나님 앞에 한 형제이고 한 자매임을 나타내는, 우리 사이에는 높고 낮음이 없음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님'자를 붙이지 않는 경우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경우이다.

기도를 드릴 때 사용하는 표현 중에 아주 재미(?)있는 것이 있다.
"종님" 이라는 표현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주의 종님을 축복하시사..." "종님을 통하여..." 라고 기도한다.
굳이 어법을 들먹이지 않아도 정말 웃기는 표현이다.
종이란 하인을 가리키는 말인데, 왜 '님' 을 붙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인들 중에는 "주의 종님"을 높임말로 이해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러기에 목회자들에게만 그런 호칭을 붙인다.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종이다.
담임목사가 "주의 종님"이면 우리 모두가 "주의 종님"이 되어야 한다.
헌데, 장로에게도, 안수집사에게도, 권사에게도, 서리집사에게도... 목회자를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주의 종님"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종은 절대로 높임을 받을 수 있는 신분이 아니다.
종을 제외한 어떠한 신분도 상대에 따라 높임을 받을 수 있다.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면서 목사님, 장로님, 집사님, 성도님들... 하고 '님'자를 붙이는 것이 어법상 맞지 않음은 분명하다.
그래도, 그것은 이해할 수 있다.
지칭되는 상대를 높여 주는 공경의 표시로 이해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종님"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종은 그냥 종인 것이다.
할아버지 종이라고 해서 "할아버지 종님" 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어머니 종을 "어머니 종님" 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할아버지 종의 손자 종이 할아버지 종을 "할아버지" 라고 부르지 "할아버지 종님" 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단언컨대, 종은 어떤 경우에도 "님" 자가 붙지 않는  단 하나의 신분이다.

종은 그냥 종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종은 "종놈" 이거나 "종년" 이다.
절대로 목회자를 공경하는 표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