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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문단의 괴물" 김경주

2010.11.22 11:19

오연희 조회 수:423 추천:95


'문단의 괴물' 김경주 "언어로 울림을 갖고 살겠다" 2010.11.2 인터뷰








빠른 말투와 화려한 수식어로 꾸며진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빨려 든다. 하지만 이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고 심지어 멍한 기분을 느낀다. 시인 경주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솔직한 마음이다. 시인이어서일까 그의 말은 함축적이고 강렬했다. 언뜻 무슨 말인가 싶지만 다시 생각하면 그제서야 의미가 전해진다. 그의 시 역시 비슷한 평을 듣는다. 어렵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 독자들을 위해 좀 쉽고 읽히기 쉬운 시를 쓰는 건 어떠냐고 묻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난해합니다. 그래서 나쁜가요?”라고 되묻는 그의 질문에 할말을 잃는다. 상대성 이론이 쉬운지 어려운지조차 잘 모르는 기자에게 그런 질문은 너무 황당하다고요.

 



2000
년대 가장 주목할 만한 젊은 시인으로 꼽혔다. 또 교보문고에서 주목해야 할 작가로 뽑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어떤 작가를 특정 정체성으로 가두는 건 작가 자신에게는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더구나 젊고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 젊은 작가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굉장히 많은 영역과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어떠한 수식어로 선정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죠. 저를 비롯해서 많은 젊은 작가들이 무엇에 선정되고 특정 장르로 규정 받고 하는 것이 약간은 불편한 감이 있어요. 하지만 지치지 않고 제가 하는 작업, 제가하고자 하는 시쓰기를 하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최고의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데 부담스럽지 않은지?

누구나 형용사나 수사로 표현되는 것에 불편해할 수도 있고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죠. 그런데 그런 점보다는 제가 하고자 하는 시쓰기 혹은 글쓰기가 어떻게 더 밀도를 갖고 또 어떻게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작가에게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시를 쓰는 사람들은 독자와 어떻게 공감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질적인 소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작가라고 생각해요.

 

최근작 '시차의 눈을 달랜다'는 무슨 뜻인가요?

기본적으로 삶이라는 것이 다양한 시차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서 출발을 했는데요. 제가 다양한 나라를 여행을 해보고 개인적으로 시차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들을 묶는 것이 의미 있는 시적 작업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시차라는 것이 굉장히 과학적이고 물리적인 현상이에요. 여행을 다녀와 시차를 겪어야 하는 것이 또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때 여행이 진짜 여행의 한 면이고다양한 시차를 겪으면서 생기는 울렁증, 멀미, 여진, 여독 이런 것들이 저한테 시적인 지점들이 발생 하게 한 것 같아요.

 

삶이라는 것이 누구에게 설명할 수 없는 비밀의 순간들로 굉장히 많이 만들어진 자연이잖아요. 자기 삶에 어떤 무수하고 은밀한, 온전히 설명하기 곤란한 오류들이 빚어낸 언어들 그리고 감정의 현상들이 시차 같은 것들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고 우리는 매 순간 시차를 겪다가 가는 것 같아요. 그러한 현기증들이 저한테는 하나의 문학이 되어왔고 또 시어가 되어왔습니다.

 

여행 에세이도 내시고 여행을 자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에게 여행은 어떤 것일까요?

여행의 목적에는 이유가 없고요. 저뿐만 아니라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뭔가를 깨닫기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뭔가를 치유하기 위해서 간적도 없고 그냥 여행은 일종의 중독 같은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것을 사유해볼 수 있고 다른 공기의 질감을 느껴볼 수 있고 또 다른 삶의 실감들이 느껴질 수 있는 곳이고 그런 점에서 저한테 의미가 있었던 것 같고

 

무언가를 깨닫고 돌아오겠다는 여행은 벌써 굉장히 강박이 생기게 됩니다. 여행자체가 굉장히 경직되고 여행은 끊임없이 경계를 지워가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안의 익숙한 것들을 버려가는 그런 과정이고 그 사이사이에서 일어나는 어떤 다양한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그곳에 존재했다는 느낌들, 자신이 분명히 그곳에 존재했다는 느낌들이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시인 김경주는 시인 이외의 타이틀을 많이 가지고 있다. 야설작가, 대필자가, 카피라이터 등의 독특한 이력과 번역가와 극작가 공연연출가로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한 사람이 하나만 하기도 힘든데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그의 재능이 놀랍다.

 



시인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 기획자, 작가, 카피라이터 등으로 활동 중인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은?

재능보다는 용기의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요즘의 젊은 친구들이나 많은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 것은 소위 말해 르네상스 컴플렉스라고 하는 사고가 바탕이 되었던 모든 것을 잘해보겠다는 이런 욕심이 아니라 일종의 설렘에 대한 작용 같은데 설렘을 따라가다 보니깐 거기에 대한 밀착이 생기는 것 같고. 다양한 작업들을 하는 이유는 저 같은 경우는 시로부터 출발하는 확장작업이었습니다. 한국시의 시가 조금 더 다른 지점에서 외연을 확장할 수 있으면 어떤 것일까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 왔었고 시라는 것이 형식적인 것보다는 시적인 느낌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 오늘날 현대시의 새로운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어요. 시가 때로는 공연이 될 수 있고 영상이 될 수 있고 회화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저한테 있어서 다양한 작업을 하는 것은 시적인 느낌들이 필요한 그릇들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저는 어디까지 시에 집중을 하는 것이에요.

 

작가님의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에서 기형(畸形)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인가요?  

사람들이 흔히 기형이라고 말하는 것은 원형으로부터의 이탈 즉, 분리감 추함 이런 것들을 생각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기형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특징이거든요. 그 자체로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는 다양한 모습이나 다양한 측면들을 기형적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 기형은 나쁘다 좋다의 가치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 고유성을 어떤 주류나 원형으로부터의 분리로 받아들이냐는 거죠.

 

어떻게 보면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남보다 조금 더 설렘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용기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제가 재능이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적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설레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만나는 대상들이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사실 요즘에 와서는 시에 더 많이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다양한 걸 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전 늘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것인가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것이냐는 고민밖에는 하고 있지 않아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문학이라는, 시라는 자장력 안에서 제가 머물러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 시인의 작업이 늘 궁금하곤 했습니다. 시인은 책상에 앉는다고 글이 적히지 않을 것 같다. 시를 쓰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을 하는 건가요? 아니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가요?

시가 어디서 태어났느냐 어디서 발생했느냐는 것은 사실 알 수가 없어요. 시를 기다린다는 말이 있듯이 처음에는 문학청년시절, 습작시절에는 시를 잘쓰기 위해서 시적인 것을 잘 찾아서 내 몸에 붙게 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지만 데뷔를 하고 나서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왜 나에게 시여야 하는지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영상이 발달하고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말초적인 감각들이 선행하는 시대에 언어자체가 재료인 언어예술로만 이루어진 시라는 것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그래서 오늘날 시쓰는 것이 더욱 용기를 많이 필요로 하는 것 같고 때로는 후배들이나 제자들에게 시쓰는 것이 굉장히 무모한 열정에 가까울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 시가 시만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시를 애쓰며 쓰려는 자세도 중요한 자세이기도 하지만 항상 몸을 시적인 상태로 유지를 하기 위해서 예열의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 시인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언어로 울림을 갖고 살겠다라는 것이 모든 작가의 의지이자 용기일 텐데. 시라는 장르도 언어로 이루어졌는데 언어로만 이루어진 자연에서 내가 어떤 질서를 만들겠다는 건 굉장한 용기와 분명한 울림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울림의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시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입니다. 그런데도 인기가 많습니다. 좀 더 많은 독자 분들을 만나고 다가가기 위해 좀 더 쉽게 적어주실 수는 없는지?

어렵고 쉽다고 시를 말하는 것은 우문인 것 같습니다. 이를 테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어렵잖아요. 난해하면 나쁩니까? 요즘 들어서 대중이 문화를 수용하는 감각의 태도를 보면 난해하고 어려우면 나쁜 것이 되어버려요. 물론 쉬운 표현이 있을 수 있고 좀 더 다가가기에 편한 코드나 문체가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작가가 소통하고자 하는 방식이 공감의 방식이 되어야 하거든요. 특히 시라는 것은 능동적인 독서의 태도가 필요해요. 왜냐하면 상징으로 이루어진 책이기 때문에. 상징이란 것 자체가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겠다는 말이 깔려 있는 거잖아요. 매직아이를 들여다 보듯이 조금더 능동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작가가 고안한 상징의 질서에 들어오면서 그 세계의 매혹에 빠질 거에요.

 

근본적으로 작가는 자기가 어려운 것을 쓸 수가 없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기가 어려운 것을 했겠습니까? 나한테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아련하고 사랑스럽고 너무나 뜨거운 것들인데 이런 것들을 작가의 눈으로 보고자 하고, 조금만 능동적이라면 작가가 주고자 하는 감정의 질서를 다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인이 한 권의 시집을 내기 위해서는 평균 3년이 걸립니다. 첫 시집의 경우 습작과정까지 치면 10년이 걸릴 거에요. 한 시인이 10년에 걸쳐 시집을 내는데 책한 권에 3시간도 투자하지 않은 채 그 시를 다 이해하고 가져가려는데 저는 쉽게 못 줍니다. 그런 독자는 저에게 필요하지 않고요.

 

외모가 잘생기셨습니다. 왠지 나쁜 남자의 분위기도 풍기시고. 인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독자를 만날 일이 별로 없으니깐 잘 모르죠. 제가 의외로 지방촌놈이고 사투리도 심하고 대중 앞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 익숙하지 못해요. 사실 문학이라는 것은 굉장히 은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대의 은둔작가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 형식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불가능하잖아요. 그런데 모든 작가는 자신만의 은밀한 자연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은 불편해요.

 

저는 트위터나 싸이와 같은 대중매체를 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게 대중적으로 많이 소통하는 것 같고 독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 저는 거의 그런 것을 한적이 없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자기 작품을 가지고 독자를 만나는 행위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제 작품의 질서를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고 아마도 제가 젊은 작가들 중에서 공연이랄 지 외적인 활동들을 하기 때문에 보여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

일단 작업 중인 책 작업들 계속할 것입니다. 3권의 시집을 내고 나니깐 시에 대한 다른 생각들도 생기고 그래서 새로운 시적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지치지 않게금 계속 노력할 것이고 지켜봐 주십쇼.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점은 숲입니다. 둘러보면 서점은 다양한 나무들로 이뤄진 숲이죠. 나무가 가장 가치 있게 변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악기나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 곳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한 권의 책을 낼 때마다 나무가 낼 수 있는 산소를 빼앗았다는 생각을 하며 공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한 권의 책을 접하실 때마다 하나의 나무를 끌어안는다는 생각으로 책을 대하면 굉장히 색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감각적인 미디어가 선행하는 시대이지만 책만이 줄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 매력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열심히 사시고 지치지 마십쇼.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자 카메라를 위한 포즈와 표정을 만든다. 카메라를 노려보다 다시 의도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시인이 갖고 있는 수많은 타이틀 중에 모델도 포함시켜야 할 만큼 멋들어진 모습들을 연출한다. 사진 찍는 실력이 형편없어 시인의 간지를 담아낼 수 없음이 안타깝고 미안할 따름이다. ‘문단의 괴물이라고 불리는 시인 김경주와의 인터뷰는 한 마리 괴물과의 만남만큼이나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윤태진 (교보문고 북뉴스)

taejin107@kyobobook.co.kr, 트위터 @taejin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