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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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아주 특별한 김치찌개

2004.02.14 14:07

박상준 조회 수:25 추천:3

** 아주 특별한 김치찌개 **

연탄을 때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김장을 하고 연탄을 들여야 겨우살이 준비가 끝나던
그 시절이었습니다.
식구가 많은 우리집에선 아침이면
한바탕씩 난리가 벌어졌습니다.
"더운 물 없어?"
"떠다 드릴게요."
"빨리좀… 못참겠어."
출근준비 등교준비로 우리 식구는 아침마다 전쟁입니다.
세수대야를 쓰는 데도 화장실을 쓰는데도
줄을 서야 했으니까요.
엄마는 도시락을 네 개씩이나 싸며
아침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그날의 아침 메뉴는 모두가 좋아하는 김치찌개였습니다.
특별히 어묵까지 썰어 넣은 김치찌개가 연탄불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었습니다.
어묵이 냄비 가득 부풀어 올랐고 이제 상 위에 올리기만 하면
되는데, 부뚜막에 올려놓았던 불마개가 그만 또르르 굴러
찌개 냄비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에구… 이를 어째."
그 당시 불마개라는 것은 구멍난 양말이며 런닝조각 같은 걸
뭉쳐 만든 것이었습니다.
당황한 엄마는 불마개를 건진 뒤 잠시 망설였습니다.
큰맘 먹고 어묵까지 넣은 김치찌갠데…
엄마는 다시 끓이자니 시간이 없고 어쩔거 고민하는
눈치였습니다.
엄마의 그 심정을 알 것 같아 나는 못 본 척 침묵했습니다.
엄마는 결국 그 김치찌개를 아침 상에 내놓았습니다.
가족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 특별한 김치찌개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늘 찌개는 유난히 맛있네… 어묵이 들어가서 그런가?"
아버지는 맛있다며 밥 한 그릇을 다 비우셨습니다.
"음… 정말 맛있네."
"역시, 당신 음식 솜씨는 최고라니까."

세월이 한참이나 흐른 어느 날, 병석의 엄마가
그 오랜 기억속 이야기를 꺼내 놓으셨습니다.
"그때 말이다. 그 김치찌개 버리기가 아까워 암 말 않고
밥상에 올리긴 했지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더구나."
"엄마도 참… 그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 지금껏 가슴에
담아 두셨수?"
"다 먹고 살기 힘들 텐데 뭔들 못 먹을까."
이십 년이 지나서야 엄마는 가족 모두에게 용서받을 일이
있다면서 마음 속에 담아둔 그 일을 고백하셨던 것입니다.

** T.V 동화 행복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