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5
어제:
12
전체:
1,292,210

이달의 작가

(여행기5)보기에 좋았더라 12/31/03

2005.02.04 06:15

오연희 조회 수:535 추천:69

오후 목적지인 Canyon Land National Park 으로 향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공원쪽으로 가는 길에는 한대의 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차츰 불안해졌습니다. 그만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들 때쯤 멀리서 차 한대가 오고 있었습니다. 손을 버쩍 들어 차를 세웠습니다. 차 속엔 어른 아이 할것없이 남자만 소복히 앉아 있었습니다. 공원까지 거리가 얼마쯤 되냐고 물었더니 인물이 가장 멀끔하게 생긴 그 백인남자가 조금만 가면 된다고 친절하게 일러줬습니다. 조금 가다보니 드라이브길 위에 소떼를 몰고 우리쪽으로 오고있는 카우보이가 보였습니다. 서부영화에서 보았던 카우보이 차림 그대로의 모습과 엄청난 소떼를 보며 우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카우보이는 차길을 걸어오고 있는 소떼를 우리 차가 지나갈수 있도록 들로 몰아 주었습니다. 이 멋진 광경을 그냥 가버리면 후회할 것 같아 차를 멈추고 밖으로 우루루 나갔습니다. 같이 사진 좀 찍자고 부탁했더니 선뜻 폼을 잡아주었습니다. 조금 만이라는 말만 믿고 갔는데 30분이상을 드라이브한후에나 Visitor Center 간판이 보였습니다. 젊은 남자 직원에게 입장료를 지불하고 오직 우리 가족 4명을 위해 상영된 공원안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겨울엔 손님이 많지 않아 식당과 기념품 가게는 문을 닫았다고 했습니다. 배는 고프고 난감했습니다. 직원의 허락을 받아 화장실 안에 있는 Outlet에 전기 밥솥을 꽃아서 물을 끓였습니다. 건물 밖에 설치되어 있는 Picnic 장소에서 컵라면에 물을 부어 아침에 먹다 남은 김치, 깻잎을 얻어 허기를 채웠습니다. Canyon Land National Park은 유타주 코로라도주, 아리죠나주 이렇게 3개의 주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멋진 정경을 즐기기 위해 등반을 결정했습니다. 잡아주고 밀어주며 뜨끈뜨끈한 가족애가 오고가는 눈길 속에 물씬물씬 묻어 났습니다. 하산하는 길에는 다섯마리의 사슴이 우리가 드라이브하는 차도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차를 멈춰 카메라를 들이대도 도망갈 생각도 하지않고 우리를 빤히 보며 눈을 껌뻑거렸습니다. 생명들은 경계를 풀고 이렇게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 “보기에 좋았더라” 하신 창조주의 뜻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중국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남은 여행을 위해 마켓에서 물, 과자, 과일 등등을 사서 예약해 놓았던 모압(Moab)시내 모텔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2003년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2003~2004년 연말년시 가족여행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다가 오늘(2005년 2월4일)에서야 정리를 해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