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예술가란 언제 멈출 것인가를 아는 사람이라지요. 선 하나 색 하나도 더하지 않고 끝내야 할 시점, 어떤 부분을 조금 더 깍지 않고 조각칼을 놓아야 할 순간, 뷰파인더 안에 빛을 양껏 끌어 들이지 않고 잠가야 할 타이밍, 10줄쯤이면 좋을 듯한 시를 일곱 줄에서 멈출 수 있는 과감함. 그런 안목과 멈춤의 능력이 좋은 예술가의 첫 번째 조건이라면 하얀 호랑이를 그린 이도 저 상태에서 그림을 멈추기 위해 똑같은 고민을 했겠지요. 행복한 삶의 또 다른 이름은 언제 멈출 것인가를 아는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멈춤의 능력에 주목하지 않다 보면 결국엔, 얼결에 호랑이 등에 올라 탄 나무꾼의 처지가 될 수밖에요, 호랑이가 아니라^^;;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중에서- 자이언 케년에서 브라이스케년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사슴들 2009.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