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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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팔여거사(八餘居士)

2007.11.21 03:31

오연희 조회 수:290 추천:60



   중종 때 명신 김정국 서른네살 때 기묘사화로선비들이 죽어나갈 때 동부승지의 자리에서 쫓겨나시골집으로 낙향을 해 고향에 정자를 짓고 스스로 팔여거사(八餘居士)라 불렀습니다.  

   '팔여(八餘)'란 여덟 가지가 넉넉하다는 뜻인데
   녹봉도 끊긴 그가 '팔여'라고 한 뜻을 몰라 의아하게
   생각한 친한 친구가 그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김정국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토란국과 보리밥을 넉넉하게 먹고,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
    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와 솔바람 소리를 넉넉하게 듣고,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 향기를 넉넉하게 맡는다네.
    한 가지 더,  
    이 일곱 가지를 넉넉하게 즐길 수 있기에 '팔여'라 했네."  


   김정국의 말을 듣고 그 친구는 팔부족(八不足)으로 화답했습니다.
   "세상에는 자네와 반대로 사는 사람도 있더군.  
    진수성찬을 배불리 먹어도 부족하고,  
    휘황한 난간에 비단 병풍을 치고 잠을 자면서도 부족하고,
    이름난 술을 실컷 마시고도 부족하고,  
    울긋불긋한 그림을 실컷 보고도 부족하고,  
    아리따운 기생과 실컷 놀고도 부족하고,  
    희귀한 향을 맡고도 부족하다 여기지.  
    한 가지 더,
    이 일곱 가지 부족한 게 있다고 부족함을 걱정하더군."  

   우리는 원래 빈 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이나 얻은 선물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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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노후


나이가 들수록 자기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마음의 평화가 필요하다.
실수도 하고 마음의 여유, 융통성과 너그러움을
가지자. 고독은 치매의 적!
외로움은 치매로 가는 지름길이다.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다면 누구나 아름다운 황혼을 맞을 수 있다.


- 최윤희의《멋진 노후를 예약하라》중에서 -


* 우리도 이미 '노령사회'로 치닫고 있습니다.
'멋진 노후'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잘 늙어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종종 생각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평화와 사랑, 베풂의 향기나는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잘 늙어가는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황혼에 향기를 잃으면 잘못 나이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