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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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사랑하는 만우절

2008.04.04 04:54

오연희 조회 수:339 추천:68

저에게는 든든한 오빠 같은 친구가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들 하지만 우린 서로에게 Best Friend입니다. 서로의 연인끼리 커플로도 놀러 다니고 헤어짐으로 아파할 땐 서로 술잔을 기울여주고 그렇게 우리는 10년을 함께한 친구입니다. 예전엔 만우절만 기다렸다가 거짓말을 하곤 했었는데 사는 것에 바빠지면서 그런 여유도 없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만우절 날 그날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친구를 놀려줘야겠다는 생각에 밤늦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나.. 결혼해.. 너한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었어.." 한잔하고 집으로 가고 있던 친구는 놀라서 전화를 했습니다. "언제? 너 그런 말 없었잖아?" "어.. 사실 몇 달 전에 선 봤어.. 종종 만났는데.. 집에서도 맘에 들어 하시고 사람도 괜찮아서.. 그리고 이제 결혼할 나이잖아.." "몇 번이나 봤다고 결혼을 덜컥 한다는 거야? 너답지 않아!" "너한테 얘기하야지 하다가 날 잡아서야 얘기하네. 5월 둘째 주 토요일이야 그 사람이 뉴욕으로 발령이 나서 결혼을 좀 서둘렀어.. 축하해 줄 거지?" "갑자기 왜 그래? 결혼 늦게 할 거라더니.. 너무 빠른 거 같은데 충분히 생각하긴 한 거야?" "별 남자 있니? 다들 그렇게 결혼 하더라 나 그 사람한테 전화와 끊어야겠다. 조만간 그 사람이랑 같이 보자." 너무 심하게 거짓말 했나? 걱정도 되었지만 다음날 친구에게 뻥이야 하면서 술 한 잔 사야지 생각했습니다. 동네에서 늦은 밤 친구를 만났습니다. 어디서 한잔을 하고 온 친구는 얼굴이 어두웠습니다. 제가 빙긋 웃으면서 얘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그 친구가 먼저 말을 합니다. "결혼 하지마.. 아직 한 거 아니니깐 취소해 다른 사람이랑 결혼 같은 거 하지마.."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는 그 친구를 보는데 갑자기 저도 목이 메어왔습니다. "옆에 있어서 몰랐어.. 너 사랑하나봐." 갑자기 저는 제가 할 얘기도 잊은 채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같이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그 사람은 지금 제 남자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이없게 만우절 거짓말 덕분에 서로의 소중함을 확인했습니다. 저희 곧 결혼합니다. 오래토록 옆에 있던 사람이라서 몰랐는데 제 짝은 항상 제 곁에 있었습니다. 만우절 덕분입니다.^^ - 깜찍이(새벽편지 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