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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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거짓말이 좋은이유

2007.07.06 03:27

오연희 조회 수:304 추천:57

1 듣는 이를 위한 거짓말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하는 거짓말이라도 듣는 사람이 기분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말의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말 속에 들어 있는 상대를 배려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도 족하다. 그 말을 듣고 밤잠 이루지 못하며 행복해 할 사람이 있다면, 그 말은 최고 가치를 지닌다. 2 약간의 뻥은 몸에 좋은 보약 친구들이랑 주먹싸움 해서 맞은 남자 없고, 미팅 나가서 애프터 안 받은 여자 없다. 이 땅의 모든 아빠들은 ‘소시 적에’ 모두 1등이었고, 엄마라면 누구나 ‘소시 적에’ 모두 ‘한 인물’ 했으며, 아빠가 거머리처럼 따라붙는 바람에 결혼에 골인했다. 이런 과장형 거짓말은 열등감의 표현이면서, 과거를 미화시키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된 것. 약간의 ‘뻥’으로 자존심을 업그레이드하자. 3 동심의 다른 이름은 거짓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루돌프 사슴이 코에 전구 달고 썰매를 끌어준다고? 토끼랑 거북이가 미쳤다고 그런 쓸데없는 경주를 하겠는가. 동심 속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 풍진 세상에서 우리가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것은 꿈이다. 꿈꾸는 자는 실패는 해도 좌절은 하지 않는다. 4 모두를 위한 거짓말은 면죄부 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인 면허를 지닌 사람, 제임스 본드. 여자들과 노닥거리는 모습을 보면 무도장을 탈출한 제비가 아닌가 싶겠지만,제임스 본드는 영국 첩보원이다.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무리를 무찌르는 것이 주요 임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것이 거짓말.제임스 본드는 수많은 거짓말을 한다. 신분을 속이고 비밀을 캔다. 하지만 지탄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배트맨도 그랬고 슈퍼맨도 그랬다.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 정의와 인류를 위한 거짓말쟁이에겐 면죄부가 주어진다. 5 거짓말은 예술의 어머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가 나오는 영화 중에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를 꼽으라면 「타이타닉」이다.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고,얼음 둥둥 뜬 차가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감동 받는다. 그걸 진짜라고 믿고 찡한 가슴을 움켜잡지만, 그건 모두 뻥이다. 판 깨고 싶진 않지만 모두 뻥이다. 영화? 소설? 연극? 뻥이다. 예술은 원래 그럴 듯한 거짓말로부터 출발한다. 예술을 있게 하는 거짓말, 얼마나 위대한가. 6 거짓말은 때로 진실을 만든다 “사랑해.” 마음은 그저 그래도 자꾸 사랑한다고 말하다 보면 어느새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져 있다. 짝사랑에 빠진 여학생들이 친구를 앉혀놓고 “그 애가 말이야~” 하며 수다만 떨어도 사랑의 감정이 깊어진다. 거짓말을 포함한 모든 언어는 생성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발화의 순간, 말은 상황을 규정하고 행동의 동기와 방향을 설정해준다. 발화자는 발화시의 감정이 강화되고 듣는 사람은 그 감정에 전염되기도 한다. ‘세뇌’는 이런 언어의 능력을 그대로 증명한다. 7 거짓말은 진실보다 행복하다 우리는 때때로 외로워도 슬퍼도 울면 안 되는 캔디가 되어야 한다. 살아가다 보면 슬프고 절망적인 상황이 얼마나 자주 찾아오는가. 차라리 그 모든 게 거짓말이기를 바란 적이 없는가. 눈에 빤히 보이는 진실이 혐오스러울 때, 거짓말은 최선의 위안일 수도 있다. 나의 힘으로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거짓말로 마음을 바꿔라. 8 해가 없는 거짓말은 일종의 화술 “우리 어디선가 만났었죠?” 낯선 남자가 말을 건다. 어디서 만난 적 없었냐고(난 이런 수작 받아본 적은 없지만). 남자들이 예쁜 여자들한테 접근할 때 쓰는 흔한 방법이다. 이런 경우의 거짓말은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한 일종의 화술이다. 물론 정도를 넘지 않고 목적이 순수해야 한다는 것. 이것만 명심하면 거짓말로 오히려 신뢰를 쌓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