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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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여행기3) 이호텔로 가세요.12/30/03

2004.11.15 11:13

오연희 조회 수:413 추천:68

아리죠나의 명소인 그랜드캐년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 모양과 색깔 그리고 느낌이 참으로 다르게 다가왔다. 캐년의 까마득한 저 아래를 내려다 보니 사람들이 캐년 속살의 실핏줄 옆으로 개미가 기어 가듯이 꼬물딱 거리고 있었다. 아들과 딸이 우리도 저 사람들 처럼 한번 내려가 보자고 했지만 옷차림과 신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곤란할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루자며 달랬다. 몇 시간을 그랜드 캐년 주위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떠나기가 못내 아쉬웠다.

겨울 해가 짧아 짙은 어두움이 몰려오기 전에 저녁 도착 예정지인 유타주의 Monument Valley 로 서둘러 향해야만 했다. 아리조나주가 끝나가고 유타주가 가까워오자 온갖 신기한 모양의 붉은 바위가 어스럼한 석양 사이로 불쑥불쑥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Monument Valley 근처 숙박할 곳을 찾던 중 “무조건 이 호텔로 가시오!” 라는 관광 안내의 적극적인 권고에 따라 정한 Goulding Lodge를 찾아 들어갔다. (www.utah.com 으로 들어가서 utahtripplanner/lodging를 크릭하면 더 상세한 정보를 얻을수 있습니다.)

왜 그처럼 강력하게 추천 했는지는 입구에서 부터 알수 있었다. 유타주에 들어서자 마자 왼쪽편에 위치하고 있는 Goulding Lodge의 뒤쪽은 깍아 지른 절벽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Lodge를 아득하게 감싸 안고 있었고, Lodge의 각 방안에서 커튼을 젖히면 Monument Valley의 전경이 파노라마 처럼 눈앞에 펼쳐지게 건축이 된 기가 막힌 위치였던 것이었다. 물론 다른 숙박 업소도 있었지만 절경들이 모여있는 곳을 한참 벗어난 곳에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이곳이 명당 자리임을 알수 있었다. 시설이나 명성 그리고 다른 숙박업소에 비교해서 숙박비가 그리 비싼편도 아니었다.

이번 여행은 눈도장찍기 식의 빠듯한 스케쥴이 아니라 한 두 가지 덜 보더라도 느긋하게 그야말로 휴식을 위한 여행을 하자는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 일찌감치 숙박업소를 찾아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동틀 무렵의 Monument Valley의 멋진 정경을 감상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자는 내 의견엔 완전 일치를 보았다. 잠들 때 와는 달리 아침이 되면 조금만 더 자자고 떼를 쓰며 딴소리 할 가능성이 다분한 아들 딸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니 마음을 모질게 먹어야 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을 하며 여행 이틀째 날의 행복한 밤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