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5
어제:
13
전체:
1,291,950

이달의 작가

<심상> 박동규 교수님과의 대담

2004.08.22 15:49

오연희 조회 수:1060 추천:111



1. 어떠한 계기로 해외에서 원고투고를 하게 되셨습니까?

제가 거주하고 있는 미주에서도 많은 문학지를 접하게 됩니다. 미주 문인들이 펴내는 글도 많고 한국의 문학지도 가끔 접하게 됩니다. 2년 전인가 우연히 심상지를 접하게 되면서 내용에 감동하고 참 알차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제가 시를 쓰리라 생각하지 못하고 읽는 것으로만 만족했었지만, 만약 제가 시를 쓰게 된다면 심상지로 응모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참으로 우연한 기회에 시를 접하게 되었고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심상지가 생각났습니다. 당선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부족한 글이나마 한 번 응모해 보자는 충동이 일었습니다. 일단 원고를 보내놓고 제 글을 다시 보니 어눌한 표현이 눈에 거슬려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더 공부해서 다음에 다시 도전해봐야지 하면서 스스로 위로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듣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 시를 쓰는 일에 열정을 다하라는 채찍으로 생각하겠습니다.


2. 미국 이민생활에서 가장 큰 고충이 언어생활문제라고들 합니다. 그곳에서 이중 언어생활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모국어를 배우고 익히기 어려우셨을 텐데 그로 인한 고충을 이야기해 주십시오.

문학적인 언어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공부를 했거나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문학과 별 관련이 없이 성장해왔고, 그래서 살아있는 것들의 이름이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문학적인 표현력에 부족함을 많이 느껴왔었습니다.  미국에서, 그리고 영국에서 10년 이상을 지내다 보니까 예전부터 알고 있던 말도 생각이 잘 나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글 속에 담아내고 싶은 언어들의 한계에 쉽게 부딪치곤 합니다. 제 시를 보면 알 수 있으시겠지만, 제 글속엔 오묘하고 어려운 단어는 별로 없습니다. 시를 쓰게 된 후로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깊어져가는 것을 스스로 느끼곤 하지만 표현력의 미진함으로 인해서 부족함만 더욱 짙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고충을 이야기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은 이제 시작인데 뭘 그렇게 욕심을 내냐고들 하지만, 저는 좀 더 일찍 문학에 눈을 떴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들을 글로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가를 다시하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이나마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참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3. 미국에 오래 계신 분들을 보면 뿌리에 대한 이야기나 혹은 서러움 등과 같은 생활에 대한 감정이 주를 이루는데, 그러한 것들이 이민문학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시인의 시의 특징은 그러한 면에서 좀 독특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개의 미주문학과 자신의 시가 갖는 특징이 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에서 오신지 얼마 되지 않은 분에 비하면 저도 오래된 셈이지만, 이민 온 지 이삼십년이 넘은 분들에 비하면 저 역시 초기이민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제가 알기로는 한국보다는 미주 문인들의 평균연령이 조금 더 높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인터넷 문학 사이트를 통해서 젊은 연대의 한국문인들을 많이 본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미주문인들 사이에선 젊은 편에 속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글을 읽다보면 조국을 떠나 온지 오래되신 분들일수록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짙게 배여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저 역시 그분들이 미국에서 살았던 만큼의 세월이 흐르면 그렇게 절절한 마음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괜히 숙연해지곤 합니다.  아무래도 생활의 터전이 있는 곳에서 얻어진 경험과 그리고 멀리 떠나있기에 품을 수 있는 그리움이 글의 소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민문학의 한계라고 말하기 전에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이민문학의 한계를 넘어서서 고국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야 미주문인들 모두가 다 바라는 일이 아닐까 짐작해 보면서 저 역시 그런 꿈을 꾸어 봅니다.  쉽지 않겠지만 더 많이 읽고 쓰면서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열심을 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4. 오시인의 경우에는 상사 주재원 가족으로 있으면서 고국을 떠난 아쉬움과 같은 감정보다는 언젠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보편적인 이민문학의 정서와는 좀 다르게 느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 그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남편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처음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도 몇 년 후 남편이 주재원 생활을 마치면 가족이 모두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한국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까싶어 한국의 교과서에 맞추어 아이들을 가르치곤 했었습니다. 한자 공부도 시키면서 항상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염두에 두고 생활했었습니다. 그 당시 함께 주재원으로 온 가족들은 대부분 저의 가정과 비슷하게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남편이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나서도 쉽게 미국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교육 환경이나 교육의 연계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쉽게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나서도 남편만 혼자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가족들은 그곳에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기러기 가족생활에 접어들었습니다.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서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빈자리까지 제가 맡아야 했고, 아이들도 좀 커서 사춘기를 겪는 시기였기 때문에,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생활을 겪으면서도 모국어를 잊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한국의 교과서를 통해 한글을 읽고 깨우칠 수 있도록 가르쳤던 것과,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항상 한글을 접할 수 있었던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글을 썩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한글을 계속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기러기가족 생활이 그리 길어지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니 참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지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5. 오시인은 미국에서 교육칼럼을 쓰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생활하시는 동안 느꼈던 그곳의 교육방식에 대해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특별히 그곳 교육의 장점이라면 어떠한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까?

저희 아이들의 예를 들면, 딸은 바이얼린을 전공하는데, 한국의 경우를 제가 잘은 모르지만 음악을 전공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예술학교를 나와야 좋은 음악대학으로 진학 할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일반학교에서 다른 학업과 병행해서 자유롭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음악을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참으로 잘되어 있었습니다.
각 시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있었는데 오디션을 보아 자녀의 수준에 맞게 반이 배정이 되었습니다.  쵸코렛을 팔거나 연주를 해서 자금을 모아 해외 연주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장애자를 위해서, 때로는 노인들이 모여 사는 R.V Park(집차들이 모여사는 곳) 에 마련된 연주회장에서 봉사활동과 연주의 경험을 함께 쌓을 수 있었습니다.  생활 속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제적 부담을 많이 느끼지 않고 음악교육을 시킬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언젠가 칼럼으로 쓴 적이 있습니다만, 촌지 문제로 인한 불미한 일을 본적이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때나, 한 학기 성적이 나온 후 진정한 감사의 표시로 10불 이내 선에서 선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 작은 선물에도 반드시 감사 카드를 보내오는 선생님들의 정성이었습니다.  네가 준 선물이 너무 귀엽하던가, 어디에다 두고 보면서 너를 잊지 않겠다던가 하는 간단한 멘트를 곁들인 선생님들의 감사카드를 받으면서 몇 년 전 시끄러웠던 한국의 촌지문제에 대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6. 이제 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었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여러 분야의 문학 장르 중 어쩌다보니 소설을 제외한 모든 분야 즉, 칼럼, 넌픽션, 수필 그리고 시 모두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어느 쪽을 할 것인지 한 가지를 정하는 것이 좋을듯하다는 선의의 충고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굳이 이야기한다면, 스토리를 써 보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장르 모두를 해보겠다는 그런 욕심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등에서 누가 떠밀듯이 여기까지 왔을 뿐입니다.  시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가 우선 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는 것이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스토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저의 문학적인 바탕이 너무도 약하다는 생각이 늘 마음에 가득하여 좀 더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고 능력을 키워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심상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