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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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여행기5)신라면과 총각김치1/1/03

2004.10.28 06:58

오연희 조회 수:765 추천:71

여행 셋째날 2003년 1월 1일 새해 첫날이다. 이번 여행은 제발 강행군을 하지 말자고 출발전에 한마디 해 놓았다. 밤늦게 헐래벌떡 잠잘곳 찾아 헤매고 아침 일찍 출발하는 여행은 너무 피곤하고 사실 대단한 체력이 필요하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 휴식을 갖는 것이고 함께한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엔 예전처럼 밑반찬을 준비하지도 않고 그냥 비상식량으로 라면과 총각김치만 조금 챙겨갔다. 그리고 눈에 뜨이는 데로 각 나라의 음식을 맛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냈다. 음식에 신경쓰지 않으면 주부인 나도 준비할 것이 줄어 출발전에 그리 서두르지 않아서 좋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너무 시골이라 사먹을 곳이 쉽지 않다. 비상식량으로 싸온 신라면을 삶아서 어제 점심 중국식당에서 먹다남은 것 챙겨온 찬밥덩어리를 말아서 먹었다. 셔터진 총각김치를 한입 베어무니 서양식당 아침식사 부럽지 않다. 하여튼 먹고 차타고 구경하고 그것 밖에 하는 것이 없는데도 어찌 그리 배속은 때만 되면 알아서 신호를 보내는지 참으로 신기하다.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다. 레드우드 네셔널팍의 빽빽한 나무숲 사이로 몇 시간을 달렸다. 멀리 보이는 서양산도 한 폭의 동양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숲 사이 피어 오르는 하얀 안개 사이로 허연 수염의 한국 신선이 연희야!~~ 하고 나타날 것만 같았다. 엄청난 크기의 나무 앞에서 증명사진 몇장 박고 다음 목적지인 Lassen Volcanic 내셔날팍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