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8
어제:
11
전체:
1,292,117

이달의 작가

유년(幼年), 사랑채

2006.12.24 08:32

김진학 조회 수:606 추천:140

유년(幼年), 사랑채 / 김진학 한 달에 한번씩 아버지가 오신 사랑채엔 도시냄새가 났다 낡은 가죽가방엔 몇 다발의 지폐들이 오래 기다린 어머니의 가슴을 차곡차곡 채우고 갈아입으신 풀 먹인 아버지의 한복동정에서 어머니의 숯불다리미가 윤기 나고 있었다 호야불 밝힌 사랑채엔 모처럼 고기 굽는 냄새와 아버지의 잔잔한 목소리가 익어가고 조용하시지만 입담이 좋으시던 아버지의 무용담에 낯선 도시를 동경하는 시골남정네들의 마음이 들떴다 힘이 세다고 늘 아이들을 쥐어박던 골목대장 원철이 아버지가 통사정을 하며 취직부탁을 하던 이튿날 괜히 신이 난 여섯 살 꼬마는 골목아이들이 한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 가운데 구멍난 드로푸스를 하나씩 나눠주며 원철이 콧대를 납작하게 해 주었다 한 달 내내 이밥 한 공기 아랫목에 묻어 기다린 어머니의 정성이 군불보다 훈훈하게 아랫목을 데우고 정미소 작은아버지까지 막소주 한잔에 ‘오동추야’가 산골을 울리는 사랑채에 호야불 건들거리는 날은 신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