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4
어제:
8
전체:
1,292,121

이달의 작가

마음의 행복

2006.08.04 18:31

박상준 조회 수:461 추천:130

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래층에 사는 소아마비 청년을 만났다 늘 풀이 죽어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던 그가 오늘은 싱글벙글 얼굴이 보름날 달덩이 만하다 머리도 무스를 발라 넘기고 향수 냄새도 폴폴 풍긴다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냥 싱글벙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작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연신 머리를 매만진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면서 그제야 수줍게 말한다 오늘 처음으로 데이트하러 갑니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 얼마나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삶이더냐 먼 산에 피는 진달래 붉은 꽃잎이 눈에 자근자근 밟힌다 못났다고 안 피는 꽃 보았느냐 못생겼다고 스스로 떨어지는 꽃잎 보았느냐 애초에 못나고 잘나고가 없으며 이 세상 먼지 한 톨 하나 더럽고 깨끗한 것 없으니 사랑받으려는 마음 하나 있으면 온 세상이 따스한 봄날이다 사랑하려는 마음 하나만 있으면 온 세상을 환히 밝히는 무지개 빛이다 사랑을 이루는 것보다 사랑을 향해 다가가는 그 마음이 더욱 갸륵하나니 나도 한쪽 다리를 절어 보며 출근하는 오늘 하루이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우리의 삶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