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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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귀향, 기억

2006.12.04 23:58

김진학 조회 수:510 추천:140

귀향, 기억 / 김진학 삭은 창틀엔 내 유년을 가위질 하는 달빛이 기억의 문을 연다 구월인데도 떠나지 못하는 여름이 바람보다 긴 한숨으로 시골골목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초라하다 때가 되어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삶이란 그토록 절실한 것을 얼굴에 찍힌 엊그제 같은 세월이 아직도 미련이 남은 여름바람에 스친다 날마다 가슴을 오려 문자(文字)를 만들어 먹던 젊은 날들과 저 부뚜막에 서서 된장국 끓이시던 어머니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 밤새 두들기던 양철지붕의 빗소리와 까망, 빨강 무명천으로 만든 두꺼운 솜이불이 그립다 빛나는 별의 노래를 날마다 들으면서도 얼굴에 핀 마른버짐처럼 늘 비어있던 주머니 그래도 그립다 바람이 불고 아버지, 아버지의 상여 앞에 통곡하던 젊은 어머니의 어깨위로 날마다 쌓이던 가난과 높기만 하던 읍내의 이층 양옥집, 신령당약국, 신일상회와 수줍게 날 좋아 하던 소녀를 두고 나는 날개를 펴고 책 속으로 떠났던가 책을 들고 도시로 떠났던가 아아 부셔진 대문에 기대 선 기억 그 밤이 울고 있다 낮게 피어오르는 달빛소리, 소리 한 장씩 떨어져 나가는 귀뚜라미소리, 소리 도시는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이라 슬프고 이곳은 인적 없어 슬프다 냇가엔 산을 녹여 흐르는 물과 저 혼자 익어 가는 감 고향은 가을만 남았다 Music by / Wang Sheng Di - Lotus Of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