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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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고향집 가는길/詩 류명순

2004.08.23 09:29

오연희 조회 수:369 추천:117


    고향집 가는길/詩 류명순

    내 고향 안성 5일 장
    올망졸망 보따리 풀던 할머니
    국밥 푸는 소리에 침 삼키고
    펑 튀기 구수한 냄새에
    바구니 담긴 강아지 두 귀를 세운다.

    아무리 돌아봐도
    아는 이 없는 해질 녘
    내 이름 부르듯 버스를 탔네.

    뽀얀 먼지를 일으키던 신작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하학하던 십릿길
    양옆엔 거봉 포도 알을 불리고
    검은 아스팔트 옷 입고 살을 태운다.
    버스 창문으로 젖먹던 고향냄새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데

    어머니 심은 키 큰 은행나무
    조막손을 흔들며 어머니처럼 웃는다.
    허물어진 헛간 옆
    아버지 끌던 손수레
    빗물 가득 담고 모기 키우는데

    어린 시절 왁자지껄했던 앞마당엔
    입 다문 잡초 키 자랑하고
    노숙자처럼 떠도는 호미랑 쇠스랑
    일 잊어 버린 지 오래다.


    먼지 쌓인 대청 위에 벌렁 누우니
    부모님 사진만이 차디찬
    등줄기를 어루만지고
    솟을 대문 흔들며 바쁜 바람 들어와
    내 옆에 드러눕는 검불 몰아
    뒷문 열고 나가네

    아무도 없는 내 고향 집
    이름 모를 묘지처럼 산중에 버려져 가고
    서둘러 넘어가는 노을에,
    탯줄 끊긴 아이처럼
    고향은 멀어져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