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2
어제:
6
전체:
1,292,132

이달의 작가

노을/기형도

2008.06.06 13:09

오연희 조회 수:1266 추천:231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하며


        (.........)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


        문득 거리를 빠르게 스쳐가는 日常의 恐怖


        보여다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살아 있는 그대여


        오후 6시


        우리들 이마에도 아, 붉은 노을이 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는 이제 각자 어디로 가지?








        -기형도 시인의 詩<노을>










        노을빛이 아름다운 서쪽 창가에 앉아서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시인의


        詩 한 편을 읽는 저녁무렵.






        살아있는 이 세상의 모든 그대여,


        西行하는 근심의 빛깔은 접어두세요.


        땅에 떨어진 햇빛은 어디엔가 살아서


        이 세상을 살찌우는 양분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당신의 삶 뒤로 사라진 시간들도


        어디엔가 쌓여져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소중한 양식이 될 줄 믿습니다.






        누구나 아득한 혼자임을 알기에


        살아있는 그대여,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여,


        그대와 나의 이마에는 붉은 노을이 떠서


        오후 6시임을 알게 합니다.


        生의 오후 6시,


        그러나,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그대여,






        삶의 쓸쓸함을 모아 태우면


        노을 냄새가 난다는


        어느 시인의 고백을 듣는 노을지는 무렵,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하늘은 노을빛으로 저물어갑니다.


        그러나 저물어가는 것은 노을 뿐,


        우리는 날로 새로워져야 합니다.


        우리는 날로 아름다워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마음에 밟히는 노을이여!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