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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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6 이상문학상 작품집

2006.11.15 05:42

오연희 조회 수:1425



정미경외[-g-alstjstkfkd-j-] 2006년 제30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정미경의 '밤이여, 나누어라' 를 시작으로 우수상 수상작들이 실려있다. 한국의 쟁쟁한 소설가들의 작품들을 읽으며 한국 소설의 흐름을 넌지히 집어 보곤한다. 기발한 소재선택과 글을 풀어가는 방식에 도전을 받는다. 무슨말을 하려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작품도 있다. 소설가는 아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공감이 가는 구절에 하이라이트를 해본다. 구절만 쏙 빼서 옮겨 놓기가 곤란하지만 몇개만 기록해 본다. 1. 여행지의 기차역이나 항구 주위의 식당은 예테보리나 상해나 순천이다, 비슷하다. 자기부상열차의 식당 칸에 앉은 듯 지상에서 약간 떠 있는 듯한 느낌. 다시 출발하기 위해 불안정한 위장 속으로 무언가를 구겨 넣어야 하는, 존재의 동물성이 프게 느껴지는 공간일 뿐 따스함도 아늑함도 없다. 어떤 메뉴도 포만감을 주지 못하며, 그러니 어서 떠나라고 등을 미는 기운만이 실내에 가득하다. 2. 기억에 대한 면역이라고나 할까. 예컨대 면역이란 게 뭐니. 한번 앓은 질병에 대한 육체의 기억이라고 얘기할수 있잖아. 3. 사랑에서 비극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냐? 결국 사랑의 비동시성이야. 한사람은 아직 뜨거운데 한 사람은 오래전에 불에서 내려놓은 냄비처럼 싸늘한 거지. 4. 말기 암 환자들은 지상의 삶을 마감하기 전 마지막 하루하루를 벅찬 사랑의 광휘 속에서 마무리 할 수 있게 될거야. 5. 라이벌이란, 강을 사이에 두고 강변의 양안을 달리는 자, 에서 어원을 가져왔다 했던가. 서로의 모습을 곁눈질하며, 터질 듯한 심장과 경련을 일으키는 다리를 질질 끌고라도 기어이 나를 달리게 하는자. 6.말이 끊어지는 짧은 틈새로 절대적인 고요가 밀려든다. 7. 감출 수 없는 생의 에너지가 정오의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던 그 문장들. 8. 그림자는 잡히지 않기 때문에 그림자다. 무언가를 국이 말하려 하지 말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그려서, 그 무언가가 떠오르게 해봐. 넌, 너무 친절해. 천천히, 익사한 시체가 부패가 진행되면서 물위로 떠오르듯 그렇게....친절한 건 뻔하고, 뻔한 건 지루한 거야. 9.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밝음 속에서 노란 야생화 꽃빛이 아까보다 더 선명해졌다. 줄기를 자르면 일시에 둥실 떠오를 것 같다. 10 프린트와 다른 원화가 주는 놀라움과 충족감이 기대만큼은 대단하지 않다는 것, 충족된 욕망이 주는 포만감 앞에서 피어오르는 아릿한 허무. 11. 죽음의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친 듯 공포에 질린 눈, 영원히 닫힐 것 같지 않은 동그란 입술, 핏빛 하늘은 색채가 아니라 비명의 음파처럼 소용돌이 치고. 12. 낮은 파도가 애무하듯 방파제를 핥고는 한 호흡을 머뭇대다 밀려간다. 13. 욕망과 어리석음이 없다면, 세상은 클라이맥스 없는 흑백의 무성영화 같겠지. 14.대낮에 길을 잃은 사람처럼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아득하다. 15. 차는 사라진 밤을 찾아 달려가듯, 길의 소실점을 향해 나아간다. 16. 지나가는 사람들의 심장 박동 같은 것에 내 몸이 맞춰진다. 그리고는 곧 가속 페달을 밟은 자동차의 바퀴 소리 따위가 내 하루의 배경음악이 된다. 17. 음모와 배신과 계산으로 들끓는 세상에 다시 휘말리지 않고 사라질 수 있기를 희망했다. 18. 자연의 의미없는 되풀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역사로 볼 수 없을까. 백년 전 지빠귀의 삶을 백 년 후의 지빠귀는 그대로 살아. 진화라는 것이 있긴 해. 하지만 생물학적인 진보는 너무 느리잖아. 무시해도 좋을만큰. 하지만 사람의 삶은 달라. 생물학적인 진보와 비교할수 없는 진보까지 있었던 게 인류의 삶이야. 19. 늘 호흡해 온 공기와 바람처럼 그녀는 그에게 거스름이 없고 자연스러웠다. 20 당신의 독서목록은 그 자체로 당신의 자서전이고 영혼의 연대기이다. 독서를 통해 당신이 발견해야 하는 것은 교묘하게 감추어진 저자의 개인사나 메시지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다. 2006년 1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