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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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빗방물처럼 나는 혼자였다

2007.01.30 13:50

오연희 조회 수:750



공지영[-g-alstjstkfkd-j-]책을 펼쳤다. 차례가 나오고 본론으로 들어가는 사이 유리창에 부딪치는 빗방울 그림이 왼쪽 귀퉁이에 말뚝처럼 서 있고 '사랑은 상처받는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상처받은 영혼처럼 떨고 있다. 시편들,그리고 시와 관계된 작가의 지난날의 편린으로 짜여진 이책을 읽으며 책속에서 베어나오는 상처에 서서히 물들어갔다. 하필 오늘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상처는 무슨색일까?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수 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 나는 고개를 저어봅니다.
잘못된 것이었다 해도 그것 역시 사랑일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비참하고 쓸쓸하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현실만 남기고 끝났다 해도,
나는 그것을 이제 사랑이었다고 이름 붙여주고 싶습니다.
나를 버리고..






빗물 고인 거리에 철벅거리며 엎어진
내게 이별도 남기지 않은 채
가버렸던 그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며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지요.





그가 죽는다는데 어쩌면
그가 나를 모욕하고
그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던 날들만 떠오르다니.

저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리고 그의 죽음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지만
그러나 그것 역시 진실이었습니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쉬운 용서의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만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직 다 용서?수 없다 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입니다.
우리 생애 한 번이라도 진정한 용서를 이룰 수 있다면,
그 힘겨운 피안에 다다를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이별로
향하는 길이라 해도 걸어가고 싶습니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쉬운 용서의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때의 그와 그때의 나를
이제 똑같이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똑같이 말입니다..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 테지요.

삶은 우리에게 가끔 깨우쳐줍니다.
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주인이라고..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中에서



밑줄친 글 모음 1. 한사람을 사랑하는 작은 사랑없이 큰 사랑을 이야기하는것은 공허합니다. 위선이 되기 쉽지요. 작은 사랑만 보고 큰 사랑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이기적이 되고 맙니다. 2. 지금은 다만 그대의 사랑만이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그대와내가 되고 싶습니다. 내가 그냥 나여도 좋은 사랑, 서로의 사랑이 서로를 자라게 하는 사랑, 그대를 더 사랑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도 좋은 사랑, 그런 사랑말입니다. 3. 너무 무서워서 늘 용기를 내지 ㅇ낳으면 안 되었던 나의 길고 길었던 삶이 때로는 야속했습니다마는, 이제는 나쁘지 않습니다. 4. 삶이 내게 왜 이리 인색한지 모르겠고, 착하게 살고자 노력했으나 그것이 바보 같은 시도라는 것을 증명해줄 본보기로 내가 뽑힌 것 같은 그런 억울함, 분노 같은 것들이 밤새 샌드페이퍼처럼 제 마음을 갉아대곤 했습니다. 5.내 맘속에서 폭발해 나와 나으이 육체까지 뒤흔들어 놓을까 봐 건드릴 수도 없었던 기억들도 조금씩 아물어갑니다. 6.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7. 생의 가지가지 모든 고통들이 실은 인생의 주요 질료하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8. 지옥은 전혀 공간의 문제는 아니라고 9.미아가 된 우주인처럼 끝도 없는 공간과 시간 속을 부유하고 있는것만 같았습니다. 10.그 연민과 경멸의 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얼굴이 눈빛이 웅변보다 설교보다 더 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아프게 깨달아야했지요. 11.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눈꼬리가 잘 정돈되어 있는지, 눈빛이 혹여 미움이나 불안으로 번득이고 있지는 않은지. 만일 이상한 느낌이 들면 약속도 줄이고 마음속으로 침잠합니다. 조금더 많이 기도하고 조금 더 많이 침묵하려고 합니다. 12. '몸을 굽힐수가 없어서, 아주 끝내버린다면'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13. 서로 봐주니까 우리는 살아 있는 거라고, 그런게 가족이고 친구고 사랑이라고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봐주는거. 친구끼리 사랑하는 사람끼리 가족끼리 아니면 그냥 사람끼리 서로 봐주는거... 14. 진정한 외로움은 언제나 최선을 다한 후에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거리를 기웃거리는 외로움과는 다른 것입니다. 15. 당하면 외로움이고 선택하면 고독이라고. 16.길 잃고 헤매는 그 길도 길입니다. 17. 창밖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봄날이 오고 있습니다. 18. 사랑이란 자기 내부의 그 어떤 세계를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가는 숭고한 계기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이끄는 용기입니다. 19. 우리 모두가 완전을 향해 나아가고자 할때, 불완전만큼 더 큰 동력은 없기 때문입니다. 20. 이제는 상처가 아물어서 언뜻 감미로워진 상처를 생각하면서 뒹굴거리고, 그런다면 행복할 수 있겠다고. 21. 내가 남들보다 예민하고 내가 남들보다 감정의 폭이 격렬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말하자면 세상에는 남들이 잘 안 쓰는 피아노 건반의 가장 낮은 옥타브부터 높은 옥타브까지 모두 두드리며 사는 부류들이 있는데, 제가 그 부류에 속한다는 말이지요. 22. 앞으로 나아가지 ㅇ낳으면 뒤로 물러설 뿐입니다. 그 중간은 없습니다. 머무를 수 없는 삶의 비정함을 생각합니다. 평화는 잔디처럼 초록빛이 아니라고요. 자유는 바람처럼 투명한 빛이 아니라고, 그것은 그저 핏빛일 뿐이라고. 23. 이게 다 너희들 잘 되라고 하는 일이라고. 지금도 그 거짓말을 생각하면 심장이 오싹해집니다. 24.폭력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인간의 한 부분을 망가뜨리지만 더욱 결정적으로 인간을 망가뜨리는 것은 그것의 거짓 명분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사랑은 폭력을 수반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육체이든 언어이든 정신이든, 제게... 독버섯처럼 기억이 돋아납니다. 25. '내가 만질수 없었던 것들, 앞으로도 내가 만질 수 없을 것들, 징이 길게 길게 한 번 울리는 시간동안 언뜻언뜻 지난날들이 나를 스쳐갑니다. 그소리는 낮고 둔중하게 제 기억의 언저리를 울리고 지나갑니다. 26. 하늘은 더 이상의 형용사를 쓸 수 없을 만큼 짙푸른데.. 27. 증상이 뚜렷한 사랑은 주로 문학이, 애매모호한 행복은 철학이 즐겨 다룬 주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28.책은 만원으로 할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일 29.책의 위기니 문자 매체의 위기니 하지만 책이 주는 가치를 배앗아가지는 못하리라는 낙관 때문에 저는 제 직업에 대해 언제나느긋합니다. 30. 아직도 제게 '처음'이라는 것들이 있어서 세상은 살 만하고 인생은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죽는 날까지 그러고 싶습니다. 31.-젊은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중에서-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것, 그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가장 여렵고 궁극적인 것이며 최후의 시련이요, 다른 모든 일이란 실로 그 준비에 불과합니다. 사랑하는 일이란 한결 높고 고독한 독거입니다. 32.운명이 자신을 바보로 만들어놓으려고 할때 거기에 저항하려는 자는 언제나 피투성이가ㅏ 되지만 그 운명에 대해 인간이 하 룻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는일, 피하지 않고 그저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밖에 없다는 것을 제가 알다면 오만일까요? 33. 저음으로 말할것 잔잔하게 웃을것 햇빛을 가득하게 음악은 고풍으로 그리고 목숨을 걸고 그 평화를 지킬 것 -가정/유자효- 34.자유에 평화가 있다면 자유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평화가 깃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일종의 퍼포먼스겠지요. 삶조차 자유이기 위해 평화를 필요로 합니다. 45. 어째서 세상에는 한물간 이념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한 사람을 추모하는 "제정신이 아닌" 인간들로 넘쳐나는 것일까요? 그리하여 그 물결은 어찌 이 극동의 분단된 나라, 이념으로 분단되어 있으면서도 이념은자기 동네의 미운 놈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 이외에는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이 나라에서 23종의 책을 만들어내고 그 중 몇권은 수년 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하는 기염을 토해낸 것일까요 그가 대체 우리에게 무엇이기에... -체 게바라 성지순례- 46.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던 헐벗은 겨울 풍경에게 조차 관대할 수 있었습니다. 47.10 여년 전에는 현재의 내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을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으면서 아직도 내가 내 삶을 주관할 수 있다는 익숙한 망상에 또다시 빠져들었던 것이지요. 48. 거울속의 내모습, 사람들의 망막위에 투사될 내 실푸엣, 나는 어쩌면 그것을 위해 인생을 연극하듯 살고 있었던 것이었을까요? 49. 콩깍지 속의 콩처럼 나란히 누워 이불을 펴놓고 자던 우리 형제들이 하나씩 제방을 찾아 떠나고 겹겹이 접어넣은 바짓단을 더 이상 내리지 않게 됐을때, 50. 늙어서 할수 있는 일, 죽음을 선고받으면 할수 있는일, 그걸 지금 놋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끔 죽음을 생각하는것, 가끔 이 나날들의 마지막을 생각하는것, 그것이 우리의 삶을 오히려 풍요롭게 해주는 이 역설의 아름다움을 분명 알고 있으면서 지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51. 슬퍼하는데도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알았지요. 52.생을 바쳐 거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가져다준 미덕 중의 하나는 우리에게 사람이 참 슬프고 사람이 참 좋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데 있지 않을까요? 53. 고통스러운데, 고통을 줄이기 위해 몸부림치면 그 몸부림에의 고통이 원래의 고통에 덧붙여지니까, 피할 수 없다면 감하하게 즐겨버리는것, 이 고통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 발자욱 떨어져서 보는 것, 그런 생각 54. 내 어둠이 당신의 영혼에 물들까 겁이 납니다. 55.어떻게든 살아 있으면 감정은 마치 절망처럼 우리를 속이던 시간들을 다시 걷어가고, 기어이 그러고야 만다고, 그러면 다시 눈부신 햇살이 비치기도 한다고, 그 후 다시 먹구름이 끼고, 소낙비 난데없이 쏟아지고 그러고는 결국 도 해 비친다고. 그러니 부디 소중한 생을, 이우주를 다 준대로 대신 해줄 수 없는 지금 이시간을, 그 시간의 주인인 그대를 제발 죽이지는 말아달라고. 2007년 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