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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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봉순이 언니

2004.08.10 04:31

오연희 조회 수:487



공지영[-g-alstjstkfkd-j-]독서 보고/오연희

제목: 봉순이 언니
작가: 공지영
펴낸곳: 도서출판 푸른숲
첫판 펴낸날: 1998년 11월 30일


글내용:

작자인 공지영 가족이 실제 살았던 60년대 초 서울 산동네 세입자에서 중산층 그리고 상류층으로 신분이 상승되어가는 그당시의 선택받은 고학력 가정이었던 나의 집에 탄생부터 버려진 아이 봉순이 언니가 화자인 나의 가정에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가 다섯살 소녀였을 때 그녀가 나의 가족이 되었고 그녀의 등에 업혀서 천성이 후덕한 그녀의 체온을 부모형제보다도 더 살갑게 느끼며 성장해 왔다.  

나는 동네 아이들이랑 어울리고 싶었지만 갖춰진 가정의 자녀라서 겪는 왕따의 외로움 속에서도 그녀가 있기에 견딜 수 있었고 그녀의 끈끈한 정과 착한 심성은 언제나 나의 위로였고 힘이 되는 소중한 존재였다.  비록 그녀가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집안일을 살피며 나를 돌보는 가정부의 역할을 했지만 부모 친척에게 버림받고 나의 집까지 흘어오게된 그녀를 나의 부모님만은 그녀를 진정한 가족으로 인정해주었고 나이가 차면 한 살림 해서 시집도 보내줘야 겠다고 생각하고 계셨으며 늘 그녀의 인생을 진심으로 측은히 여기는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였었다.

그러나, 봉순이 언니의 나이 열아홉이 되던 어느 날 내 어머니의 고가의 다이아몬드가 분실하는 사건이 생겼다.  그녀를 양딸이라고 가족의 한 일원으로 인정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어머니지만 막상 일이 일어나니 식모년들이 가끔 그렇게 주인 것을 훔친다는 친척의 말에 의심을 품고 그녀를 발가벗기는 수모를 주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그 동안 사귀던 세탁소 건달과 도망을 가게 되고 다이야몬드를 훔친 범인으로 굳어지게 된다.

후에 새로온 식모에 의해서 우연히 발견된 다이아몬드로 인해서 누명이 벗겨지지만 사귀던 세탁소건달에게 심하게 구타 당하고 임신 7개월 된 몸으로 다시 나의 집으로 들어온 그녀에게 나의 어머니는 네가 범인이 아니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되려 ”혹시 알아요? 그 맹추 같은게 훔쳐놓고 겁이 나니까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나갔을지.” (P103) 어머니는 다시 한번 강조해 말하고 있다.

나의 엄마가 그나마 그 동안의 정리가 남아있기에 봉순이언니의 장래를 걱정해서 7개월 된 뱃속의 아기를 유산 시키게 하고 다시 선을 보게 했는데 그리 거부하던 그녀가 선보러 나온 아이가 딸린 홀에비의 모습이 불쌍해서 결혼을 하게 되지만 아들 하나를 낳고는 원래 지병을 가지고 있는 남편이 죽게 된다.  그녀가 다시 나의 집에 들어와서 살고 싶어하지만..
치근덕스럽게 붙는 것이 구찮어 나의 가족은 이사를 가게 되고 성장한 후의 나는 중산층 출신의 잘 자란 여인이 되었지만 짐스런 존재가 되어 나의 가족 밖으로 완전히 밀려난 그녀에 대한 죄책감이 늘 나의 의식 속에 남아 있게 된다.  내가 성장하여 전철역에서 우연히 본 50대의 냄새 나는 여인, 그녀는 잊을 수 없는 그녀 인생의 첫 사람 봉순이 언니였다.  이글의 작자인 나는 애비다른 자식 넷을 가진 여인 봉순이 언니의 눈빛에서 아직도 버리지 않은 희망을 읽는다고 글을 맺고 있다.


감상문:

공지영의 소설 봉순이언니의 표지에는 “MBC 특별기획 ‘책을 읽읍시다’선정도서”라는 활자가 책 오른쪽 밑에 붙어 있다.
첨엔 아마도 스티커를 붙여 놓았나 부다 무심코 봤는데 하루 만에 책을 다읽은후 책 내용의 감동이 아련하게 내 가슴에 젖어오면서 아쉬웁게 책을 어루만지다가 표지를 다시 보니 그 “MBC….”라는 안내는 스티커가 아니라 책 표지에 인쇄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방송국의 선정도서로 나온책이라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글에서 진한 감동과 공감을 느낀 것 같아 기뻣다.
(* 얼마전엔 라디오 코리아 미주 방송국 “이미옥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중에서 이책을 추천도서로 선정하고 LA에 사는 독자들의 반응을 인터뷰하는 방송을 듣게 되었다.)
가슴저리는 봉순이언니의 삶과 그 시대의 배경들이 나의 어린시절 이웃에서 보았던 그당시 식모라고 불렀던 봉순이 언니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식층이었던 주인공과 그부모님의 삶이 봉순이 언니와 그리고 그 부류의 인간층과는 대조를 이루면서 봉순이언니의 삶은 그녀가 짊어질 그녀의 운명이며 구질구질한 그녀의 삶에 더 이상 개입되고 싶지 않은 주인공의 부모님과 그리고 방관자의 입장에 있었던 주인공의 영악한 모습이 써늘하게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작자인 공지영이 인용한 사랑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얘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아는 것이란다.”(P163)

봉순이 언니가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버림받고 그리고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못했고 그래서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몰랐기에 무지에서 비롯된 굴곡의 삶이었다면 현대의 많은 지식인들은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알고 살아가는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애비다른 자식 넷을 가진 여인의 눈빛에서 아직도 버리지 않은 희망을 읽었다는 화자의 끝맺음이 끔찍하다.
어디 가서 목놓아 실컷 울고 싶다…는  기분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우울한 하루를 보냈지만 그감동은 바로 정말 좋은 작품하나 읽은 뿌듯함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