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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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등대지기

2004.08.03 15:09

오연희 조회 수:561



조창인[-g-alstjstkfkd-j-]독서보고/오연희

제목: 등대지기
작가: 조창인
펴낸곳: 도서출판 밝은세상
펴낸날: 초판 1쇄 2001년 8월 31일
        초판 5쇄 2001년 9월 7일

작자소개 : 조창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잡지사와 신문사 기자로 여러 해 동안 일했으며, 출판 기획팀을 이끌며 생명력 있는 많은 책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 뒤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그녀가 눈뜰 때>, <먼 훗날 느티나무>, <따뜻한 포옹> 을 발표했다. 이어 2000년, 부성애를 상징하는 가시고기에 빗대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린 소설 <가시고기>는 ‘가시고기 신드롬’ 이란 말이 붙을 만큼 수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신작 <등대지기>는 오랜 시간 등대를 찾아 다니며 고된 취재 끝에 완성한 작품으로, 외딴섬 등대지기의 외롭고 고단한 삶과, 일상 속에 감추어진 미움과 갈등, 화해의 과정을 담고 있다.  바다를 떠나 그윽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집으로 작업실을 옮긴 그는, 앞으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깃든 따뜻함을 담백한 필체로 그려내길 희망하고 있다.

글 내용: 어머니는 초등학교시절 재우와 한 반이었던 난희네의 가정부였다. 서른둘에 청상이 된 어머니의 강인한 삶 속에 일찍부터 재우의 존재는 없었다.  형이 공부할 때 재우는 어머니를 도와 구슬 꿰기 봉투 붙이기 등등 닥치는 데로 돈을 벌어야 했다.  한집에 한 사람 그러니까 형 하나 성공하면 된다는 일념으로 고단한 삶을 기쁨으로 여기셨던 어머니는 일찍이 형에게 집안의 모든 권위를 일임했다.  형의 포악한 성질에 재우가 심한 폭행을 당해도 어머니는 방관했다.  똑똑한 형은 좋은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재우는 그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학에 합격했건만 대학갈 필요가 없다며 앞길을 막았던 어머니, 오랜 세월 주인집의 딸인 난희를 사랑했지만 난희 아버지와 재우 엄마의 반대 그리고 형의 빈정거림 앞에 좌절하게 된다.  그 길로 재우는 가족에게 버려진 자신의 존재 앞에 방황하다가 우연히 등대지기의 길로 들어선다.  4명의 등대원이 있지만 모두들 외롭고 적막한 구명도를 떠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재우는 퇴임을 앞둔 정소장의 인간미에 끌리게 되고 그리고 언젠가 난희가 주고 간 해피라는 이름의 개와 함께 등대지기로써의 삶에 깊은 애정을 갖게 된다. 그렇게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날 그 깊은 상처와의 단절에 익숙해갈 즈음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에 대해서 의논할 일이 있다는 형의 목소리였다.  재우는 어머니를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랑 받지 못한 자식의 절절한 한 만이 가슴에 가득한데 그래서 떠나온 육지인데 그 어머니에 대해서 자신이 알아야 할 일은 없는 것이었다.  재우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따스함과 아늑함이 아니라 상처만 안겨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름이었다.  8년 동안 한번도 찾지 않던 형과 누나가 갑자기 너도 자식이니 어머니의 일을 알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형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뉴욕지사로 발령나 곧 미국을 가야 된다고 했고 누나는 매형이 국회의원 출마할 예정인데 어머니를 요양원 맡기면 흠이 될 수 있으니 재우 보고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상처도 상처지만 구명도는 너무도 낙후한 곳이라 도저히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형수가 어머니를 모시고 구명도에 찾아와서 한 달간만 맡아달라고 온갖 회유를 다하며 어머니를 놓고 간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의 치매는 대소변을 못 가리는 정도가 아니라 먹고 돌아서면 먹을 것을 찾는 엄청남 식탐에다가 아무에게나 퍼붙는 심한 욕설 그리고 다른 등대원의 물건을 도둑질까지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만 있었던 재우는 미움만 더 깊어가고 있었다.  오직 한달 동안만 이라는 형수의 말만 믿고 지옥 같은 한달이 가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로 인해서 엄청난 고통 속의 한달이 다 되가는 어느 날 난희가 구명도를 찾아온다.  사실은 형부부가 미국에 지사발령이 나서 간 것이 아니라 치매증에 걸린 어머니를 재우에게 떠맡기고 캐나다로 이민 갔다는 것이었다.  물론 누나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어머니 형 누나 그리고 세상 모든 것들이 죽이고 싶도록 분하고 원통했다.  재우의 성장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난희는 “넌 늘 그렇게 당하고 사는구나”  라고 동정했지만 난희 역시 재우 어머니를 몹시 부담스러워 했다.  그리고 고백하기를 그 동안 재우에게 수시로 보낸 옷가지랑 난희가 보낸 걸로 알았던 개 해피도 어머니가 외로운 재우를 위해서 보낸 것이라는 거였다. 한달에 한번 난희가 재우에게 전화한 것도 사실은 어머니의 부탁으로 한 것이었으며 자식셋 다 건사하기가 너무 벅찼다면서 재우에게 어미 노릇 못한 것을 늘 가슴 아파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전해 듣게 된다.  단 한번도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했으리라고 짐작조차 해 본적이 없었던 재우 였기에 그 모든 난희의 이야기들이 너무도 놀라웠고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구명도에서 모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의 증세는 도저히 자신의 노력으로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때 퇴임한 정소장의 적극적인 만류로 요양원에 보내진 않고 함께 생활하면서 때때로 재우를 알아보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들이 슬프고 아름답게 전개된다.  구명도가 무인등대지로 결정되고 다른 등대원들이 육지로 휴가 나간 사이에 어머니와 단둘이 등대를 남게 된다.  폭풍우가 치는 날 등대의 불빛을 유지하기 위해 혼자서 다른 등대지기의 업무를 모두 해야 되는 다급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어머니가 아들의 위험을 직감하고 아들을 구하려 하나 결국 아들의 품에 안겨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재우는 하반신 불구가 되어 가족이 없는 퇴임한 정소장과 고깃배를 타고 어머니가 죽음으로 지키신 등대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감상문: 이 책을 기어코 읽게 하고 싶어하는 한 친구의 지극한 정성으로 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가슴저린 사랑의 사연의 다 읽고 말았다.  문학의 품격을 가늠하는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가시고기> 처럼 <등대지기>도 세상에 빛을 던지는 사랑 이야기다.  <가시고기>가 아버지의 사랑이었고 <등대지기>는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다.  난 가끔 사랑이라는 말은 너무 흔하고 얕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그러나 조창인의 글을 읽다 보면 사랑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감격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부르는 등대지기는 노래가 낭만적이지 실제의 등대지기의 삶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헐렁헐렁 사는 사람,  빈틈이 많아 주로 당하는 사람, 허점이 많은 사람, 야물지 못하고 모질지 못한 사람 그런 사람은 손해보고 상처도 많이 받지만 인간미 또한 그런 이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등대지기는 우리 마음에 사랑의 울림을 은은하게 울려주는 힘이 있는 책이다.  도서실에서 빌린 책을 내가 너무 바빠 읽지 못하자 세번이나 연장해가면서 기어이 읽게 만든 친구의 마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