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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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그대가 있어 아름다운 세상

2004.08.02 15:00

오연희 조회 수:744



이향아[-g-alstjstkfkd-j-]
독서보고/오연희
제목: 그대가 있어 아름다운 세상 중 <정과 사랑>
지은이: 이향아
펴낸곳: 정민 미디어
첫판 펴낸날: 2002년 11월 5일


글 내용:

‘情’ 이라는 말은 ‘사랑’ 이라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서 좋다. 사실 ‘사랑’이라는 말은 우리들의
언어 중에서도 가장 절정에 놓인 말이며 최후에 해야
할 말이다. 우리들은 그 말을 할 때는, 거의 필사적인
힘을 기울여 외마디 소리처럼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랑’이라는 말은 날렵하고 산뜻하여 자극성이 강한
독약과도 같다. 그러나 ‘정’은 밋밋하고 소박하며
무던하고 순탄하다.
‘사랑한다’는 말은 능동적이고 주동적인 감정의
행사로서 놀라운 고백처럼, 아니면 선언처럼 우리들의
청각에 들어와 박힌다. 그러나 ‘정이 들었다’,
‘정을 느꼈다’ 는 말은 자연스럽게 시간에 몸을
맡기던 도중, 불현듯 순리처럼 깨닫게 된 따뜻한 그
무엇이다. 정은 받기에 흐뭇한 선물이다.
사랑은 때로 순간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 아침에
사랑을 느꼈으나 저녁에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서양 사람들은 날마다 세수하고 머리를 빗듯
‘I love you’라고 말하여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정’은 깊어지기까지 제법 긴 세월이 필요하다.
사랑이라는 말은 예리해서 상처를 내기 쉽지만 정이라는
말은 둔중한 가운데 구수한 훈김을 풍긴다.
사랑이 캔디나 아이스크림 맛이라면, 정은 찹쌀을 찧어
빚은 인절미의 맛이다. 사랑은 사랑으로 끝나 버리지만
정은 깊고 넓은 우회의 공간을 포괄하고 있어서 ‘인정’
이니 ‘모정’이니 ‘애정’이니, 연정, 온정, 동정 등
다양한 구별이 가능하다.
‘사랑’ 의 반대말은 ‘미움’으로서 참으로 대극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 반대말은 무엇인가. ‘혐오’인가? 아니다.
‘질시’인가? 그것도 아니다. ‘원망’은? 더더욱 아니다.
정의 반대말은 없다. ‘냉정하다’느니 ‘비정하다’느니
‘무정하다’느니 ‘정나미가 떨어진다’느니 하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정이 없거나 정이 아님을
규정하거나 그 교류의 정지를 설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랑이나 정의 실현은 무엇보다도 먼저 바라보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그윽히 바라보며 그 마음을 읽고, 눈을 맞추는 순간 눈에서
눈으로 이어지는 시선은 사랑 혹은 정의 통로가 된다.
그리하여 장황하고 어색한 말 한마디 필요없이 마음이
합쳐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대체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되도록이면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에 길들여져 있다. 어쩌다 본의 아니게
눈길이 마주치면 황급히 신선을 걷고 먼 산을 본다.
외면하고 무시하고 백안시 혹은 경시하며, 심하면 멸시하고
괄시도 한다. 여기서 ‘視’라는 글자는 모두 본다는 뜻이다.
‘서로 눈을 맞춰 바라봄’ 이 없으므로 정의 통로가
막혀버리는 것이다.
아, 어쩌면 사랑하게 될까봐 눈을 맞출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지레 겁을 먹고 지나치게 조심하다가 그렇게 되나 보다.
그러나 사랑이야 좀 두렵고 무엇한 감정일지라도 정을 느끼는
것이야 무엇이 문제겠는가?
우리는 참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다.


감상문:
요즘 개인적으로 많이 바빠서 쩔쩔매고 있는 형편인데 교회
성가대에서 늘 다정하게 대해주시는 한 분이 내가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면서 책을 가지고 오셨다. 안 그래도 읽을
책들이 줄줄이 쌓여있는 지경이라 참으로 부담스러웠지만
그 마음이 너무도 고마워 일단 받아 가지고 왔다.
돌려줘야 될 책이라 일단 다른 책들을 미뤄두고 책을 폈다.
그런데 한장한장 읽어 갈수록 잔잔한 감동을 주는 언어들이
내가슴에 한땀 한땀 섬세하고 화려한 수를 놓아가는 느낌이었다.
특히 ‘정과 사랑’ 에 대한 글은 평소의 내가 생각해온
바와 비슷한 점이 많아 더욱 공감이 갔다.
정과 사랑에 대한 정의가 그렇고, 우리의 인습이나 관습에서
비롯된 사람들끼리의 눈맞추기 개념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
아주 설득력이 있었다.
어느 1.5세 한국작가가 쓴 영어로 쓰여진 수필을 읽은 내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작가는 한국의 정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면에서 영어로는 도저히 번역할 말이 없어서
그냥 발음 나는 대로 Jung 이라고 표현 하고 한국인의 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해나갔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정이란 우리 한국인의 정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눈을 마주쳐도 부담스럽지 않은, 속 마음을 나누고 살아가는
눈부시지 않은 정이라는 단어가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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