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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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창가의 토토

2006.08.01 08:45

오연희 조회 수:663



구로야나기 테츠코[-g-alstjstkfkd-j-]이책을 읽고 쓴 <미주중앙일보 교육섹션 칼럼> 그 댁을 처음 방문한 것은 지난해 봄이었다. 유아원생 유치원생 초등생 이렇게 세 아이를 키우느라 늘 분주하면서도 이웃 어른들을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는 그녀에게 혹 도움이 될까 싶어서 였다. 필자는 종종 "세 병아리 잘있어요?" 하며 그 아이들 의 안부를 묻곤 한다. 어린시절 삐약삐약거리며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노랑 병아리랑 닮았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날 봄나비 처럼 날아와 반기는 그녀 뒤로 애벌레처럼 찰싹 붙어있던 3살짜리 남자아이가 세병아리 중 막내였다. 아줌마한테 인사하라는 지엄마 말에 내 손을 덥석 잡더니 어디론가 끌고 갔다. 비로드 융단 같은 잔디를 맨발로 통통거리며 앞장서 가다가 잡풀 수북한 한 곳에 딱 멈췄다. 힐끗 앉으라는 눈짓을 보내길래 필자는 아이 옆에 다소곳이 몸을 내렸다. 눈빛 반짝 하더니 풀잎에 붙어 꼼지락거리는 풀 벌레 한 마리 비밀스럽게 펼쳐보였다. 그리고는 "너무 귀엽지?" 라는 말이 조그만 입에서 흘러나왔다. 우리집 뒷마당에도 사는 필자가 징그럽다고 소리를 지르곤 했던 바로 그 벌레였다. 초등생인 왕병아리는 마당에 나온 엄마에게 "엄마 이 꽃이 예쁘다 저 꽃이 예쁘다 소리 내서 얘기 하면 안돼! 꽃이 다 알아 들어." 속삭이듯 엄마한테 귀띔 해준다고 한다. 풀잎에 붙은 벌레가 귀엽다며 보물처럼 펼쳐보이고 꽃이 알아들으니 말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아이들. 사랑하는 누군가가 풀벌레고 꽃들일 수 있는 이 아이들을 보면 잊고 살뻔했던 소중한 것을 다시 찾은 기쁨에 젖게 된다. 이 세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맑은 눈빛과 지극히 아이다운 선한 심성이 요즘 필자가 감명 깊게 읽은 "창가의 토토" 라는 책 속의 주인공인 토토랑 참으로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창가의 토토'는 31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토토짱 열풍을 일으킨 책으로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투명한 수채화 같은 어린시절의 실제 이야기이다. 이책은 천방지축인 토토가 초등학교 1학년때 퇴학을 당하고 도모에 학원으로 전학 온 후 만난 고바야시 교장선생님 그리고 역시 톡톡튀는 개성을 가진 친구들과의 학교 생활과 토토의 가족 이야기로 엮어져 있다. 60 여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책 속에는 우리 모두의 어린시절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너무도 바쁜 요즈음의 우리 아이들 물질이 넘쳐 나고 볼거리도 놀거리도 많지만 정작 나이에 맞는 아름다운 정서를 심어주는 데는 어른들의 마음이 못 미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의 교육방침과 잔잔한 실천의 삶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은 '어떤 아이든지 갓 태어났을 땐 선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점점 커가면서 이러저러한 주위 환경이나 어른들의 영향으로 변질되고 만다' '이세상에 진실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 걸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않고 또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동하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며…' 라고 하셨다. 이 책에는 눈에 우선 보이는 것보다 먼 앞날을 내다보며 항상 어린 아이들과 호흡하고 가르치셨던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의 자연과 친구와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이 있다. 말썽꾸러기 토토에게 〈넌 사실은 착한 아이란다!>라던 다정한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의 음성이 들린다. 특히 60세가 넘은 토토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한 고백은 내내 필자의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토토가 스무살이 된 어느날 어머니가 "그때 왜 학교를 바꿨는지 아니? 라고 물었다. 토토가 "응?" 하고 되묻자 엄마는 "사실은 너 그때 퇴학을 당했었단다." 라고 가볍게 말했다. 만약 그 무렵 "어쩜 좋으니? 벌써 퇴학이라니! 너 만약 요번에 갈 학교에서도 또 퇴학 당하면 이젠 정말 갈 데 없는 줄 알아!" 어머니가 그런식으로 다그쳤다면 얼마나 비참한 심정으로 겁에 질려 도모에 학원의 문을 들어서야 했을까요…라고 회상하는 작가후기에서 필자는 그만 어디로 숨어버리고 싶었다. 내 아이들에게 실망할 일이 생길 때마다 고바야시 선생님이라면 토토의 어머니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 보며 나를 다잡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ohyeonhee@hotmail.com 신문발행일 8월 15일 2005년 여기 올린날 2006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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