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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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진정한 용기

2005.11.30 10:21

오연희 조회 수:408 추천:69

얼마 전 교내 마약사용 혐의로 한꺼번에 덜미가 잡힌 중학생들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마약 사용 현장을 교무 주임에게 고발한 어느 여학생의 용기에서 비롯 되었다고 한다.

가까운 친구로서 그리고 학교의 일원으로서 마약 사용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판단 하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는 고발한 학생을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 주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했고 어떤 것이 옳은 행동이고 진정한 용기인지 여러 상황을 비유로 들어가며 학생들을 교육 시키는 계기로 삼았다고 한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을 위한 결심이 쉽지 않았음을 짐작해보며 마약에 가담한 학생들이 이번기회에 밝고 성실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마약가담 학생들의 부모님 심정을 헤아려 보게 된다. 얼마나 황당했을까? 가족 중 아무도 몰랐으리라. 요즘 부쩍 잦아진 여러 매스컴을 통한 청소년 마약 관련 경고문을 들으면서도 내 자식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 했으리라. 아니 어쩌면 누군가 낌새를 느꼈어도 긴가 민가 눈치만 보고 있었거나 도저히 입을 뗄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우린 가끔 남의 자녀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들을 때가 있다. 또한 나의 자녀에 대한 나쁜 소문을 남의 입을 통해서 들을 경우도 있다. 자기 자녀가 밖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다 알 수는 없다. 남의 자녀의 좋지 못한 소문을 들을 때면 슬며시 내 자식을 살펴보게 된다. 좋지 않은 소문 중에는 남은 다 알고 부모가 맨 나중에 알거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사실 아주 심각한 일이 아니면 모르는 것이 약인 때도 많지만 그 아이를 위해서 말 해야 할 사안인데도 도저히 말할 수 없을 때도 있다.

필자의 가족이 LA로 이사 오기 전 영국에서 2년을 살았다.

주재원 가족들이 모여 살았던 조그만 도시에는 한 울타리 안에 유치원 초등학교 그리고 중 고등학교까지 잘 구비된 사립학교가 있었다.

주재원 가족 중에는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 자녀들 둔 가정이 많았고 중 고등학생도 여러 명 있었다. 미국처럼 그곳에도 주재원 근무 기한을 끝내고 나면 남편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엄마는 자녀 교육을 위해 그대로 머무는 기러기 가족이 늘어나고 있었다. 다행히 그 학교는 기숙사가 있어서 아이들은 기숙사에 넣고 부부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필자의 집안과는 잘 아는 그 부모도 아이 둘을 기숙사에 넣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필자의 아들이 학교 화장실을 갔다가 중학생인 그 집 아들이 뭔가를 피우는 것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다. 아들과 눈이 딱 마주친 그 남학생 그 아이가 놀라는 바람에 필자의 아들은 더 놀래서 그 자리를 피했기 때문에 담배인지 마약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뭔가를 피웠다고 했다. 그런데 필자의 아들이 그 남학생의 엄마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아들이 말을 낸 것을 그 남학생이 뻔히 알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 당시 그 아이의 부모님은 한국에 있으면서 몇 달에 한번씩 들어와 아이를 보살피곤 했다. 그 학교 기숙사에 마약이 성행한다는 소문은 이전부터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잘 아는 집안의 아이에게 닥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마약이 아니라 담배라 할지라도 중학생이면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들어 언급을 해야 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그 아이의 엄마 얼굴을 대하면 좀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필자의 가족이 다시 미국으로 오게 되어 교회 기도 모임을 리드하는 분에게 부담을 지우고 떠나왔다. 참 잘 지내고 있다는 그 가족의 안부를 전해 들을 때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리 모두의 자녀라는 의식이 희박하지 않았던가 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요즘 부쩍 마약과 관련된 틴 에이져들의 불미한 사건사고 소식을 들을 때면 더더욱 그렇다. 필자의 아들이 잘못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 아이가 잠깐 그러고 말았겠지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지난 시간을 떠 올려본다.



신문발행일 :2005.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