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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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점점 예뻐지고 있어요'

2005.01.17 14:46

오연희 조회 수:346 추천:53

오래전 '아들의 여자'라는 한국 드라마가 있었다. 처음 그 제목을 접했을 때 참 묘한 기분에 사로 잡혔었다. 아들이 데리고 온 며느리감을 관찰하는 시어머니의 눈빛과 누군가의 며느리가 될 딸의 엄마 입장이 한꺼번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자녀의 배우자 감이 마음에 썩 들지 않아도 "저희들이 좋다는데 어떻하겠어요? "자식에게 이기는 부모없다는데… " 하면서 결혼을 허락하는 경우가 많아진 듯하다.

필자가 아는 한 가정은 아들이 자타가 공인하는 수재인지라 목에 힘을 주고 며느리를 고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댄스 파티에 같이 간적이 있었던 아이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나 사귀게 되었고 결혼을 염두에 두고 인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 며느리감이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지만. 기왕 가족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면 들어서 유쾌하지 않을 말을 삼가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 했다고 한다.

결혼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미국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공식적으로 남녀 짝을 지어 만날수 있도록 댄스 파티를 준비해 놓고 있기 때문에 이성을 사귈 기회가 열려있는 편이다. 어릴 때는 친한 친구들끼리 댄스 파티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오기도 하지만 성인의 모습을 갖춰가는 고등학생이 되면 자녀나 부모 모두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된다.

학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0월과 11월에 열리는 홈커밍 (Homecoming) 1월과 2월에 열리는 윈터 포멀(Winter formal) 여자가 남자에게 파트너가 되 줄 것을 요청할수 있다는 새디스(Sadies) 새학년을 맞는 9월에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것을 반기는 의미로 열리는 하우디(Howdy) 그리고 12학년 학생들이 주류를 이루는 무도회 프롬(Prom)등등…다양한 의미의 파티가 열린다.

파티마다 참석하고 싶어하는 자녀 때문에 걱정이라는 엄마, 자신에게 프로포즈하는 남학생이 없다며 고민하는 딸이 안타깝다는 아빠, 남자쪽에서 부담 해야하는 파티경비가 장난이 아니라며 투덜대는 엄마 …하여튼 댄스파티 시즌이 오면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자녀의 파트너가 누구인가도 관심의 초점이 된다.

첫 댄스 파티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자녀보다 들뜨고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기도 한다. 숫기가 없는 아이들은 친구들이 소개를 해줘서 간신히 짝을 찾아 파티에 가기도 하고 조금 적극적인 아이는 그 동안 마음에 둔 학생에게 용기를 내서 프로포즈를 하기도 한다. 정말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걸까?

자신의 잘 생기고 공부 잘하는 아들이 동네에서 외모가 가장 떨어진다고 생각해 온 여자애에게 프로포즈를 했다고 한다.

엄마는 아들에게 약간 섭섭한 표정으로 "넌 어쩜 그렇게 여자보는 눈이 없니?" 하며 한마디 던졌다고 한다. "엄마 걔 생각이 참 반듯한 아이에요. 그리고 점점 예뻐지고 있구요" 라는 아들 답변에 여자를 보는 아들의 눈을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애들의 사소한 다툼에 부모가 개입되어 싸움이 커졌을때 "제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알아야지" 내 뱉던 동네 어른들의 말이 생각난다.

그렇게 마음 먹기가 쉽진 않지만 자기 자식 귀한 만큼 남의 자식도 귀하게 여긴다면 고부간의 갈등을 비롯해서 많은 관계가 조금은 더 원만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ohyeonhee@hotmail.com



지면날짜 :2005. 0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