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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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마음대로 안되는 일

2005.04.26 10:50

오연희 조회 수:552 추천:59


세상에 내 마음대로 안되는 일이 세가지 있는데 첫째는 '돈'이요 둘째는 '자식'이요 셋째는 '골프'라고 하면서 자신은 골프를 너무도 즐긴다는 이웃분의 말에 한참을 웃었다.

예상치 못했던 세번째 답에 더 많이 웃었지만 우스개 소리 치
고는 참 공감이 갔다. 특히 "자식 마음대로 안되더라" 라는 말은 종종 듣던 말이라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형제 자매 여럿인 가정에는 말썽 꾸러기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라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필자가 살았던 시골 동네의 이집 저집을 꼽아보니 정말 한집에 한 자식은 부모를 힘들게 한 것 같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라는 말 또한 참으로 귀에 익은 구절이다.

가지가 많지도 않은 요즘 부모들에겐 해당 사항 없는 듯 보이지만 자식 둘 제대로 키우기가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보니 우리 부모님들의 노고에 때 늦은 감사의 마음만 더해진다.

같은 부모가 같은 방식으로 자녀를 키우는데도 어찌 그리 자녀들의 개성이 제 각각인지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다.

자녀 하나 하나의 개성을 파악해서 키우기가 무리였던 힘든 그 시절 그 중 잘하는 자식이 롤모델이 되어서 좀 못한 자식은 말썽 꾸러기로 비춰지곤 했다. 하지만 그때의 말썽꾸러기 기질이 만능 재주꾼으로 인정받기도 하는 요즘의 세월을 보면 사람 일 누가 알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

가수가 되겠다고 했다가 웬 딴따라 냐며 극구 반대하는 부모님 때문에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이웃의 사연을 알고 있다. 그것 역시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 시대에 맞는 가장 현명한 자녀 사랑 방법 이었으리라.

이젠 자신의 소질을 마음껏 발휘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월이니 자녀의 타고난 성품과 개성을 찾아 살려 주어야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그리 쉬운가.

필자의 집에는 2년전 새집을 사서 이사했을 때 친지들이 선물로 준 행운목과 호접란이 있다.

그 당시 조그맣던 행운목은 지난 2년 동안 키가 세배 정도 자랐고 이파리도 옆창문을 다 가릴 정도로 무성하게 뻗어났다.

올 초에는 행운목에 하얀꽃까지 피어 라일락 보다 더 진한 향기를 온 집안에 뿜어 댔다.

지금은 필자의 집을 방문하는 분들이 행운목이 참 잘랐다며 한마디씩 하곤하지만 커가는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작년 여름에는 이파리가 엄청 비실 거렸다. 햇볕이 모자라서 그런가하여 뒷마당에 내 놓았더니 이파리가 누렇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놀라서 다시 집안에 들여놓고 경험이 있는 분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거름도 줘가며 온갖 정성을 기울였더니 누렇던 이파리가 차차 회복이 되고 새 이파리들도 쑥쑥 나오면서 정말 멋진 나무가 되었다.

나비가 겹쳐져 날아오르는 듯한 봉글봉글한 꽃분홍으로 피어나 부엌을 화사하게 밝혀주는 호접란 역시 고비가 있었다.

물만 듬뿍주면 잘 자랄줄 알았던 필자의 무지로 인하여 두텁던 이파리 몇개가 수분이 점점 빠져 나가더니 그만 푹 사그라 들고 말았다. 버릴까 하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뿌리까지 죽지는 않은 듯했다.

갖은 정성을 기울였더니 죽은 듯하던 이파리 저 안쪽에서부터 새살이 돋아나더니 다시 몽글몽글 꽃이 피어났다.

행운목이나 호접란의 생리를 모르고 내식대로 사랑한 대가를 톡톡히 지불한 셈이다. 자녀를 키우면서 고비를 넘길때 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어찌 행운목이나 호접란에 비기랴.

사랑과 관심을 기울였으니 당연히 잘 자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자녀의 기질을 제대로 모르고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과정의 미숙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식을 키운다는것은 수없는 인내로 마음을 다잡고 믿음의 눈길로 지켜봐야 하는 식물을 키우는 일과는 비교도 안되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리라 .

ohyeonhee@hotmail.com

신문발행일 :2005. 04. 25  
수정시간 :2005. 4. 26  11: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