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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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자녀들의 이성교재

2005.05.17 11:01

오연희 조회 수:555 추천:58

요즘 필자는 자녀의 이성 관계로 인해서 속상해 하는 어머니들의 하소연을 종종 듣는다.

한 어머니는 고등학생인 딸이 한동안 사귀던 남학생과 왕래가 뜸하길래 아무래도 이상해서 캐 물었다고 한다.

그 동안 양쪽 집안을 오고가며 좋은 친구로 지내는 것을 보아 왔던지라 둘 사이의 변화에 무심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딸의 고백인즉 그 남학생이 한국에서 온지 몇 년 되지 않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어울리더니 수시로 학교 수업에 빠지고 그러다보니 공부에도 소홀하여 자기 판단에는 아무래도 잘못된 길을 가는 것 같아 일단 멀리 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결정하기 까지의 딸의 아픔이 느껴지더라면서 딸의 결정이 기특하면서도 남의 자식이지만 그 남학생 참 착했었는데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 했다.

어느 어머니는 고등학생인 아들이 남녀 학생들과 그룹을 지어 수시로 몰려 다니더니 그중 특별하게 가까이 지내던 여학생과의 사이가 심상치가 않다고 했다.

어느날 그 여학생이 아기라도 안고 나타나면 어떻하냐는 그 어머니의 말에 필자는 어떤 할 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대학 진학을 코 앞에 둔 우리의 자녀들이 공부에만 전념하면 좋으련만 어쩌자고 다급한 이 시기에 이성에 눈을 돌리는지 속상하기 짝이 없다. 부모님 세대와는 다른 열려도 너무 열린 우리 자녀들의 이성관을 보면 아찔 할때도 있지만 세월의 흐름을 막을 도리는 없는 듯 하다.

눈에 불을 켜고 감시 하느니 차라리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분도 있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수 있는 이성친구라면 나쁠것도 없다는 분도 있지만 막상 자신의 자녀일이 되면 그리 너그러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우리들의 청소년기를 돌아보면 내놓고 이성친구를 사귀는 경우는 드물었어도 누가 누구랑 어쨋다더라 라는 소문에 귀를 쫑긋 세우며 흥미로워 했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우리 부모님들도 틴에이저 시절의 첫사랑 혹은 짝사랑의 아련한 추억하나 마음에 담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바쁜 이민의 삶 가운데서도 가슴 설레던 그 시절로 돌아가 그 당시엔 아픔이었던 것들조차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입가에 슬며시 웃음으로 번져온 적은 없었는지 모르겠다.

무분별하게 이성교제를 하는 아이들이 아닌 다음에는 자녀들 나름대로는 이성과의 사귐과 헤어짐이 얼마나 절실한 그들만의 이야기인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신비하고 비밀스런 기쁨을 일찍 경험하는 것이 나쁜일은 아니지만 부모 입장에선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공부할 시기를 놓칠까 걱정스럽고 혹 책임지지 못할 행동까지 이어질까 조바심을 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학교공부 친구관계 가정문제 등등…우리 자녀들도 참 고민이 많다. 여기에 더하여 혹 이성관계로 인하여 가슴 앓이를 하고 있는 자녀들도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될 것이다.

성적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우리 자녀들이 자신을 스스로 지켜나가기가 점점 힘들어 지고 있는 세상이다.

보통 이성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이유로 부모님 보다는 가까운 친구에게 털어놓는다고 한다.

난 안 그랬는데 넌 왜 그러냐는 질책섞인 말투보다는 지금은 웃음이 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도 힘들었다는 부모님의 가슴 아리했던 그 시절을 고백 해 보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서툴렀던 부모님의 옛 모습이 더욱 정겹게 느껴져 자녀와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녀들이 아무리 반듯한 이성관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부모는 자녀 편이라는 것을 알도록 평소에 이성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거북해 하지 말자. 부모님들의 경험에 자신들의 직접 간접 경험까지 더하여 이성 문제에 있어서 자신을 잘 컨트롤 해야 되는 합당한 이유를 알고 학생 신분에 걸맞는 건전한 이성관을 세워가는 우리 자녀들이 되면 좋겠다.



ohyeonhee@hotmail.com

신문발행일 :2005. 0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