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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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현장엿보기>10대들의 이성교제

2003.08.26 13:14

오연희 조회 수:518 추천:67

혹시나 잘못본것이 아닐까 싶어 더 가까이 다가갔다.
순간 눈치를 챘는지 슬며시 등을 돌리던 그 여학생은 분명히 딸의 친구였다.

그 아이는 학교가 끝날 무렵 학교 테니스장 근처 야자수 아래서 백인남자아이랑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부모가 어찌나 엄격하던지 만약 허락 없이 남자를 사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까지 들었던 바로 그 아이였다. 학교 입구에서 그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그 아이의 부모님을 보니 기분이 묘해졌다. 집에 와서 필자의 딸에게 “그 아이 남자친구 있지?” 하고 물었더니 “엄마! 보셨구나. 그런데 절대로 그 부모님이 알면 안되니까 모르는 척 하셔야 해요” 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부모가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감시를 해도 아이들이 이성친구를 사귈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고등학생들의 이성교제는 말할 것도 없이 필자의 딸이 다녔던 시골 중학교에선 쉬는 시간이 되면 남학생과 여학생이 교실에서 나오자마자 진하게 키스하는 장면을 수시로 목격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그 학교에는 학생들이 낳은 자녀를 돌보아주는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많은 한인 부모들이 그런 경우는 미국 아이들의 성문화지 자신의 자녀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믿고 싶어 한다. 자기 자녀만은 그저 성실하게 공부하고, 순결을 지켜나가길 바란다.

하지만 이성에 눈을 뜨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부모의 생각을 무조건 강요하는 것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차라리 아이들에게 이성문제에 있어서 자신을 잘 컨트롤해야 되는 합당한 이유를 심어주는 것이 더 현명할 듯 싶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어느 한인교회에서 “한인 청소년들 순결 서약식” 에 대한 행사가 있었다는 소식이 참으로 반갑게 들렸다. 성적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우리 자녀들이 자신을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가이드 해 주는 것이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전까지 순결을 꼭 지킬 거예요” 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참으로 마음이 놓일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학교에서 주관하는 댄스파티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미국땅에서 무조건 이성친구를 못 사귀게 한다는 것도 곤란한 일이다.
부모들이 지나치게 개입할수록 자녀들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이라는 것이 한번 하게 되면 앞에 한 거짓말이 탄로날까봐 다시 거짓말을 하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미국식으로 한답시고 너무 개방적으로 키우기는 더더욱 조심스럽다.

부모 입장에선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갖는 것이 나쁘다는 생각보다는 감정에 치우치다가 공부할 시기를 놓칠까 걱정스럽고, 혹 책임지지 못할 행동까지 이어질까 조바심을 내기 마련이다.

우리 아이들이 학생신분에 걸맞는 건전한 이성교제를 통해 서로에게 발전과 도전의 기회를 갖게 됐으면 바랄 것이 없겠다

하지만 아무리 자녀들이 이성관에 대한 반듯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불행한 일이 일어날수 있음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이성문제와 관련해 힘든 일이 생기면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친구들과 의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녀에게 예상치 못한 경우가 닥치더라고 부모는 언제든지 자녀 편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평소에 부모-자녀 관계를 만들어 보자.


2003년 6월 24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