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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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이혼한 아빠의 뭉클한 자식사랑

2004.02.03 16:21

오연희 조회 수:654 추천:60

[현장엿보기]Mrs. 다웃파이어

필자가 한국을 떠나오던 10여 년 전 만해도 주위에 이혼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도 흔하게 이혼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예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이혼을 바라보게 된다.

“일단 결혼을 하면 현실적으로 좀 괴로워도 그냥 끝까지 살아주는 것이지 간 크게 이혼을 하느냐”며 나무라셨던 예전의 우리 어머니 세대의 충고는 고전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되어가는 듯하다. 필자는 이혼한 한국인 가정과 미국인 가정을 보면서 많은 차이점을 느낀다.

아들이 중학교를 다닐 때, 아들의 백인친구는 아빠가 세 명이었다.

학교에서 교통편(Ride)이 필요할 때면 세 명의 아빠가 시간이 되는 대로 픽업을 해주었다. 한 명은 아들 친구 엄마의 첫번째 남편으로 진짜 아빠였고, 두번째는 재혼했다가 이혼한 아빠, 그리고 세번째는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아빠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아들 친구의 편의를 위해 마음을 써주며 살았다.

며칠 전 가족여행 갔다가 역시 가족과 함께 여행중인 미국 목사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됐다. 참으로 겸손해 보이는 부인 그리고 틴에이저 예쁜 딸과 함께 온 그 목사님 말씀이, 이미 아들 둘을 가진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했으며 결혼 후 계획을 세워 가진 아이가 바로 이 딸이라고 스스럼없이 말씀하셨다.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부인의 얼굴엔 편안한 미소가 넘쳤다.

한국인들도 미국인들과 비슷한 사고로 변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한국인들이 겪는 이혼 후유증은 참으로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자녀관계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써늘해진다.

물론 이혼 후에 더욱 행복해 지는 경우도 있고, 이혼한 부모 밑에서도 반듯하게 자라는 아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 믿고싶다.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는 어떤 말도 함부로 말할 성질은 아니지만 상처를 다독여 가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는 모양이다.

몇년 전 ‘Mrs. 다웃파이어(Mrs. Doubtfire)’라는 이혼한 부모과 그 자녀들의 삶을 그린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다. 아내에게 이혼당한 남편이 아이들이 보고 싶어 여장을 하고는 가정부로 들어가 그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결국은 탄로가 나게 되지만, 주인공은 연극배우로 성공해 TV 어린이 프로그램을 맡게 되는데 바로 자신의 아들 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머니로 여장한 배우의 모습으로 진지하게 들려준다.

“부모들이 서로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며 가족의 사랑은 영원하다”고 하는 이 영화 속의 미국식 자녀사랑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고 있는지는 필자도 모르겠다.

부모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헤어짐의 아픔을 가졌을지라도 상대에 대한 극단적인 비방은 자제해가며, 정말 영화에서처럼 부모들이 더 이상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이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님을 알게 했으면 좋겠다.

부모의 사랑, 이웃의 사랑, 친구의 사랑,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귀중한 생명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인식이 바뀌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메일 문의 ohyeonhee@hotmail.com

입력시간 :2004. 02. 02 13: 51
2004년 2월3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