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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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자식자랑

2004.10.20 10:21

오연희 조회 수:528 추천:77

오래전 필자의 이웃에 입만 벌렸다 하면 자식자랑하는 엄마가 있었다. 자식자랑을 시작으로 듣는이의 반응이 괜찮다 싶으면 가족의 재산 학벌 경력 인물자랑을 끝없이 늘어 놓았다. 친밀한 마음에서 그러는거겠지 싶다가도 오늘 단단히 걸렸구나 하는 마음
도 들었다. 그런데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그 엄마뿐만 아니라 그녀의 남편과 두딸도 어찌나 자랑을 일삼는지 그 가족을 두고 다른 이웃 한분이 하시는 말씀이 "심한 자랑도 병이에요. 허세 바이러스라고 하는 신종 병인데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누가 병원에 데리고 가겠어요? 가족 모두가 중독되어 있는데…"하면서 웃었던 적이 있다.

물론 위와같이 습관적으로 자랑을 일삼는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그리 고루 갖추진 못했어도 내가 가진것에 자족하고 나에게 주어진 사람들이 자랑스럽다면 그것이 더 갖지 못해 안달하는 마음에 비해 참으로 평온할 것 같다. 그러나 끊임없이 자극을 해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과 비교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살아가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자랑스러운 일중에서도 자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모의 만족스런 얼굴만큼 행복한 표정이 어디 있으랴. 정말 우리의 자녀들 얼마나 소중한지 말로 표현 할 길이 없다. 겨우 초등생인 딸을 보며 아까워서 나중에 어떻게 시집 보낼지 모르겠다며 미리 걱정하는 엄마도 있다. 부모눈에 얼마나 귀했으면 남이 보기엔 평범한 자녀의 모습이 그리 신통하게 보이는 걸까? "곡식은 남의 것이 좋아보이고 자식은 내자식이 이뻐보인다"는 속담도 있듯이 내 자식은 뭘 해도 이뻐보이고 감싸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인 모양이다.

자녀의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이 자랑스러워 할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복이 어디 있으랴.

결혼을 워낙 늦게하여 40대 초반에 초등학교 다니는 딸하나를 두고 있었던 필자의 딸 친구 엄마가 있었다. 그당시 중학교 선생님 이었던 그녀가 동창 모임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들려 주었다. 대분분 고등학교나 대학생 자녀를 둔 동창들은. "네 아이도 실망시키는 자식이지?" 라면서 자녀를 향한 기대가 서서히 무너져가는 심정을 서로 토로하더라는 것이었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지만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늘 이쁘게 보이기란 참으로 힘들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다닐때 까지는 우리아이는 늘 올A에요 라던가 경시 대회에 나갔다하면 상을 휩쓴다고 자랑하던 엄마들도 자녀의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랑하는 말이 점점 줄어드는 경우를 보게된다. 부모의 뒷바침이 힘이 되어 공부나 그외의 여러 경시대회에서 좋은성적을 올리던 저학년을 지나 스스로 노력해야만 좋은결과를 얻을수 있는 시기가 오기 때문이다. 부모의 뒷바라지와 자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요즘이다.

그동안 자신의 자녀가 너무도 잘해왔기에AP나 Honor Class를 여러개 택했는데 무리가 되어 성적이 엉망이라며 안타까워하는 고학년 엄마들도 있다. 자신의 자녀는 공부에 소질이 없는것 같다며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 하는 부모도 있다. 기대가 무너져갈때 자녀가 태어나 자라면서 부모에게 안겨준 그 수많은 기쁨과 자랑스러웠던 순간을 잊어버리게 된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그 과정속에서 이미 효도를 충분히 받았는지도 모른다

자녀을 키우면서 속상한 일도 많지만 마음대로 되어주지 않는 일들을 통해서 인생을 배워간다. 남의 자식 자랑에 진정한 마음으로 축복해 줄수 있는 아량을 갖게도 되고 내 자식이 좀 잘해도 지나치게 자랑하지 않는 겸손함도 갖추게 된다. 자녀를 키운다는것은 우리 인생의 진정한 기쁨과 아픔이 무엇인지 깨닫게도 해준다. 자녀가 우리에게 안겨준것이 너무 많다.

ohyeonhee@hotmail.com
2004년 10월1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