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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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다이어트

2005.07.25 09:16

오연희 조회 수:338 추천:56

다이어트

월간지를 넘기다 보면 쭉쭉 빠진 여자들의 날아 갈 듯한 모습에 한참 동안 눈길이 머물 때가 있다.  깡마른 몸에 환상적인 의상을 걸친 모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다. 그런데 일부 패션 모델들이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마약을 한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본 후 부터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도 있기 때문에 말랐다고 잘못된 눈길로 볼 필요는 물론 없다.  마르고 건강한 사람도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선교회 담당자에 의하면 “선교회에 상담 오는 대부분의 많은 아이들이 의외로 다이어트를 하기 위하여 마약을 시작했음은 이제 기본상식이 되었다”고 한다. 진정한 미를 마른 것과 동일시 여기는 세상기준에 따르기 위해 한 인간을 구렁텅이로 몰아 넣을 수도 있는 마약에 손을 댄다니 보통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요즘은 여러 통로의 메스컴들이 날씬한 여성을 성공한 여성처럼 몰고 가는 분위기이다.  

자신의 다리가 너무 통통해 한번도 치마를 입지 않았다는 분도 있고,  팔이 굵다며 펄펄 끊는 한 여름에도 긴 팔만 고집하는 친구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곳 사람들은 외모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몸을 스스럼 없이 내놓고 다니는 것 같다.  

필자의 이웃이 미국서 대학 다닐 때의 이야기다.  학기가 끝나 파티를 했는데 몇 명의 학생들이 화사한 파티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그 중 평소에도 성격이 활달했던 한 백인 친구가 어깨가 훤히 드러나고 가슴이 푹 파인 핑크빛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그녀의 몸은 거구였는데 특히 팔뚝이 엄청나게 굵었고  심한 화상 자국이 온 어깨와 팔에 퍼져 있었다.   파티가 진행되자 그 육중한 몸을 흔들며 신나게 춤을 추었다.  춤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그런 흉터라면 긴 옷으로 가리고 왔을 것이 뻔한 이웃에겐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밝고 당당한 그녀의 태도를 보면서 결국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신체적인 흠은 크나 작으나 누구나 한 두개 쯤은 있을 성 싶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귀중한 존재 인지 깨닫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진다거나 자신을 과소 평가한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어른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에 대한 관심은 틴 에이져들에게도 지대한 관심사이다.  

자신의 딸이 누가 보아도 호리호리한 몸매인데 뚱뚱하다며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엄마도 있고,   큼지막한 손목시계를 찬 딸에게  ‘시계도 주인 닮았네’라고 한 같은 반 남자애의 무심코 흘린 한 마디에 상처를 입고는 음식을 거부하는 아이도 있다.

엄마 한국인 친구들은 왜 자기를 보면 첫마디가 “ 언제 저렇게 살이 쪘지?” 라던가  “ 좀 빠진 것 같네” 이런 말 밖에 할게 없냐며 불평하는 2세 아들을 둔 엄마를  만난 적이 있다.  외모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문화에서 자라온 2세나 3세 자녀들에겐   굉장한 거부감을 느끼는 일이니 제발 좀 삼가 해 달라는 말을 했다.

어느날 밖에 나갔다가 동네 아이들이 “고릴라” 라고 수군대는 말에 충격을 받고 운동을 시작했다는 참으로 뚱뚱했던 이웃이 있다.  게으른 자신에게는 아이들의 그 말이 너무 좋은 자극제였다며,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맑은 정신과 자신감 그리고 매사 긍정적인 태도로 바뀌어 가는 자신의 모습은 살을 빼는 즐거움 그 이상이라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 과도한 체중을 조절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날씬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그릇된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자녀들이 건강한 몸과 건전한 생각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우리 어른들의 사고방식에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ohyeonhee@hotmail.com
신문발행일 2005년 7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