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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2003.06.03 15:46

오연희 조회 수:671 추천:56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하루는 미국에 산지 20년째 되는 어는 네티즌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내용은 대충 이러했습니다.
그녀는 미국의 보수적인 교회에 출석하고 있으며 전에 한국에서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나가서 유년부 주일학교서부터 집사까지 두루 거쳤지만 그 당시 배웠던 그리고 경험했던 많은 것들이 미국 정통 신학과 많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기독교는 엄밀히 말하자면 정통 기독교라기 보다는 본래의 기독교와 한국의 전통무속신앙이 혼합된 일종의 새로운 종교하고 보여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목사의 신격화 현상은 전혀 성경과 어긋나는 우상숭배의 일종이라고까지 볼 수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교회 내에서의 온갖 횡포, 목사신분을 훨씬 뛰어 넘어서 거의 교주수준까지 가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목사들의 탐욕, 거의 매일같이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목회자의 범죄와 일부 교회들의 추악한 내부 갈등….정말 한국교회에 가기 싫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녀에 대한 저의 답변은 이러합니다.
이런 말이 있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분명히 일부 크리스천들에게는 자기 편리할 대로 갖다 붙이는 경향이 있음을 인정해야겠습니다. 저도 한때는 눈에 거슬리는 이웃들 모습 때문에 하나님 앞으로 나가기를 거부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 중에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실제 삶이 이러한 말과 너무 다를 경우 많은 갈등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믿음이 없던 제가 믿을 가졌다고 갑자기 거룩한 사람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마음속에 미움, 질투 등 온갖 나쁜 생각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의 모습이 온전하면 하나님이 필요 없었을 텐데 제가 너무도 부족하고 살아갈수록 자신의 한계에 부딪치다 보니 잔 하나님이 필요한 분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리고 좀 형편없어 보이는 크리스천을 보면 바로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이 되는 삶을 사시는 소수의 분들이 있기에 전 용기를 잃지 않고 크리스천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미국이라는 곳이 모두 잘 배우고 훌륭해서 이렇게 강한 나라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겨우 5%의 엘리트가 이 대국을 리드해 나간다고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생각납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 살면서 나 그리고 당신은 왜 5%안데 들지 못하냐고 탓하지 않으렵니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있기에 그 5%가 돋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5%안에 들려는 애씀의 과정에 있는 한 평범한 삶 속에서 저지르는 우를 탓하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물론 우리들은 때로 바람직하지 못한 교회의 모습, 특히 목회자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하지만 참으로 훌륭하고 본이 되는 교회상이나 목회자도 많다는 것을 우린 역시 알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그 분들의 모습에 푯대를 두고 살아가려 애쓰는 우리가 되어보면 어떨까요?


크리스천 헤럴드(평신도코너) 2002년 9월 4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