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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현장 엿보기>"불합격의 두려움 "

2003.06.26 04:36

오연희 조회 수:315 추천:65

[현장엿보기]불합격의 두려움


한번도 거부당한 경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거부당하는 느낌에서부터 친구, 친척, 이웃, 직장,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의 거절 등등 참으로 많은 거부의 두려움이 늘 우리 삶 앞에 놓여있다.

해가 바뀌어 1월에 접어들면서 대입 지원이 거의 마무리돼 가고 있다. 이미 조기 입학허가를 받은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겠지만 대부분의 일반지원자들은 앞으로 몇달 동안 초조하게 합격 여부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명문대 입학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 지다 보니 웬만한 성적을 가지고는 원하는 학교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을 수 있을지 가늠이 서지 않는다. 어쩌면 또 다시 거부의 두려움 앞에 서게 될지 모르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UC버클리를 졸업하고 지금은 동부의 명문 대학원에 다니는 친구 딸은 공부를 뛰어나게 잘했으면서도 제일 먼저 날라 온 대학입학 통지서를 받아들고는 뛸 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그 대학은 아이의 실력에 비해 아주 뒤쳐지는 대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안도감을 준 것 같다고 친구는 말했다.

거부당하는 두려움은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았을 때의 기분은 참으로 비참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실력과 성품이 문제라기 보다는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학교마다 갖고 있는 상이한 기준에 자신이 해당되지 않았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마음 먹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더 좋은 기회가 있음을 깨닫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재수 경험이 있거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를 했던 사람들은 바로 그 힘들었던 기간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겸손되고 성숙한 마음을 갖게 해 주었다고 고백한다. 어떤 곳에서 거부를 당하고 나면 내 주위의 모든 것이 문을 닫아 버리는 것 같은 두려움에 쌓일 수 있다. 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고, 주위를 둘러 보면 항상 성공만 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학부모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식 자랑 보다는 힘들었던 지난날을 담담하게 얘기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정말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드물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낸 아이들을 보면 남의 자식이라 할지라도 너무 대견하고 기특하게 보인다.

요즘 들어 이세상엔 절대 ‘탄탄대로’가 없음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다. 대학을 졸업했다고 직장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직장을 얻었다고 해서 지속적으로 생계와 지위를 지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되 거부당하는 두려움 역시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는 씩씩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기원해 본다.

이메일 문의 ohyeonhee@hotmail.com
입력시간 :2003. 01. 17 18: 01
2003년 1월 18일 신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