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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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문제학생, 극성엄마

2005.06.06 07:21

오연희 조회 수:319 추천:59


필자는 두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미국에 와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러 선생님들을 만났다.  다문화 축제를 위한 부모들의 모임, 아이들의 운동 경기 응원,  학교 밴드나 오케스트라 연주회, 학기를 시작하면서 각 학과 선생님들의 교육 방침과 면담이 있는 오픈 하우스, 개교 기념일 행사 등등…학교 갈 일이 더러 있기는 했지만 선생님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아이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유지해가는 학부모는 되지 못했다.  

모두 백인 선생님들 이었는데, 대부분 우리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 여러모로 배려해주는 친절한 분들이었기에 생각해보면 참으로 감사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필자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선생님이 한분 계신다.

필자의 아들이 중학교 다닐 때였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도시로 이사를 왔다.  대부분의 한국아이들이 그렇듯이 수학에서는 자기 학년보다 높은 클라스에 들어가게 되었다.  첫 해는 흥미있게 공부를 하더니 다음해에 맡게된 수학 선생님은 어려운 문제를 잘 못푼다는 말을 슬쩍 비쳤다.  그만한 자격이 되니까 수업을 맡게 된거 아니냐며 한마디 하고는 곧 잊어 버렸다.  

그런데 어느날, 엄마가 학교로 찾아와서 그 수학 선생님을 좀 만나 달라는 것이었다.  곤란한 입장을 모면할 심산으로  “한국말로 해도 돼?” 대뜸 엉뚱한 소리를 했다.   아들은 제발 그 선생님을 만나 달라고 졸라 댔다.  사연인즉, 수업을 하다가 쉬는 벨이 울렸다고 한다.  학생들은 화장실도 가고 밖에서 장난도 치면서 쉬는 시간을 보내다가 시작 벨이 울리기 전에 모두 교실로 뛰어 들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들어온 아들에게 수업후 교무실에서 벌을 서야되는 디텐션을 주었다는 것이다.  벨이 울리기 전에 들어왔는데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디텐션을 주는것은 옳지 않다는 아들의 이야기였다.  

그말을 들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딸도 동생을 달래기 시작했다.  “너의 억울한 마음은 알겠지만 참아.  엄마가 가서 따지면 너의 성적표에 지장이 올지도 몰라, 그래도 좋아?” 참으로 유치한 질문을 했다. 아들은 서슴없이 “그래도 좋다” 고 답했다.  이정도로 나오는 아들을 보니 필자의 마음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아이말만 믿고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조심스러웠지만 잠자코 있을수도 없는 일이라 다음날 비장한 마음을 가지고 학교로 향했다.    먼저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고 내 소개를 했다.    시작벨 울리기 전에 들어왔는데 마지막으로 들어왔다는 이유로 디텐션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아들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야기의 내용과는 무관한 . “아들이 자신을 존경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대화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네가 디텐션을 준 사실과 관련해서는 대화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니 교장과 대화를 하겠다” 고 말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의 태도가 갑자기 변했다.  그 디텐션 폼은 아직 위로 올라가지 않았으니 그냥  없었던걸로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는 그렇게 끝났고 교실을 나오면서 그 여선생님과 난 거의 어깨 동무를 하다시피 서로를 이해하는 척 했다.  하지만 그 후 나온 아들 성적표 수학과목의 학습태도 평가란은 딸의  예상대로 엉망이었다.  

선생님들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막무 가내의 학부모들이 있듯이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선생님도 계신다.  필자는 극성엄마요 아들은 문제 학생으로 그 선생님 마음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 좀더 지혜롭게 할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때 늦은 고민에 젖어본다.

실력이 있어야만 존경을 받을수 있다면 존경받을 만한 부모는 얼마나  될까
부모다운 부모되기 힘든만큼 선생님들 역시 그러리라 짐작 해본다.

ohyeonhee@hotmail.com
신문발행일:2005년 5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