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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현장엿보기]대입원서 낸 이후

2004.01.06 14:13

오연희 조회 수:336 추천:76

12월과 1월초에 걸쳐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들은 입학원서 접수를 마감하게 된다.

12학년 초부터 준비해 왔던 원서 제출이 끝나게 되면 학생들은 홀가분한 마음에 젖게 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고 싶어한다. 아직 남은 마지막 한 학기 공부를 하면서 파트타임 일자리를 찾기도 하고 운전면허증을 따거나 부모님과 함께 차를 사러 다니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대입 원서를 제출한 뒤의 해방감과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자칫 마약에 손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언젠가 자녀의 마약복용으로 참으로 암담한 순간을 경험했던 어느 어머니의 가슴 아픈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이름있는 사립 고등학교에서 줄곧 1등을 유지하던 여러모로 뛰어난 아이였다고 했다.

가정과 학교생활을 너무나 성실하게 잘했던 믿을 만한 아이였기에 딸의 친구로 부터 딸이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농담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딸은 마약에 완전히 중독돼 금단현상까지 오는 심각한 지경에 처하게 됐다. 엄마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딸은 마약중독에서 벗어났지만 12학년 마지막 학기 성적이 너무 나빠 대학 입학이 취소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대학측에 그동안의 마약중독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사정한 결과 다행히 학교가 이를 받아 들였다.

그 딸은 지금 대학을 졸업하고 성실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딸을 마약에서 건져내는 과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었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틴에이저들의 마약구입이나 복용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요즘 일부 중·고등학교에선 마리화나가 술이나 담배 보다도 구하기가 쉽다고 한다. 또한 엑스타시 보다 강력한 ‘야바’ 라고 하는 아시아산 신종 마약이 확산되고 있다.

몇년 전 필자의 딸이 교회 수양회에 갔다 오더니 뭔가 할말이 있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내 곁에 살며시 다가왔다.

“엄마… 엄마는 마약에 대해 아는 게 있으세요 ”

“아니…”

딸은 “사실은요… 이번 수양회에서 학생들이 돌아가며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근데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 여학생이 울면서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거예요”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 여학생은 여러 한인 학생들과 함께 마약을 하게 됐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는 빠져 나오려고 했지만 같이 마약을 했던 친구들이 놓아 주지를 않아 학교를 딸이 다니는 곳으로 옮기게 됐다고 했다.

그 여학생에 따르면 마약은 마리화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 다섯 단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자신은 그 중 4번째 단계까지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모범생으로 알고 있는 이웃집의 남학생도 마약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그 아이가 전했다. 그 말을 전해 듣고 나서 남학생의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남학생의 부모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놀랄까 싶어 도저히 입을 뗄 수 없었다.

대입 원서를 제출하고 나면 그동안의 긴장상태가 풀어지게 마련이다. 자녀들의 마음이 해이해진 틈을 타서 마약의 유혹이 뻗쳐온다. 학교 성적이 우수하다고 어떠한 유혹도 다 이겨낼 수는 없을 것이다.

대학지원이 끝난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이 기간을 자녀들과 서로의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 남은 한 학기가 유익하고 아름답게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

이메일 문의 ohyeonhee@hotmai.com
입력시간 :2002. 12. 23 15: 11
2002년 12월 24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