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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현장엿보기] 엄마의 잔소리

2004.01.10 03:42

오연희 조회 수:412 추천:77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듣는다고 해서 ‘열린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부모는 말 잘듣는 자녀를 원하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은 자녀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절감하는 일이다.

부모 말은 쓸데없는 잔소리로 여기면서 주위의 친구, 학교나 학원 선생님, 목사님 또는 전도사님 말은 어찌나 잘 듣는지 참으로 어이가 없을 때가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지만 필자의 아들도 콜라나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를 너무도 좋아했다. 그런 것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몸에 좋지 않으니 적게 마시라고 여러 번 말해도 들은 척 안 하더니, 어느 날 청량음료가 몸에 좋지 않다고 하더라면서 딱 끊는 것이었다.

같은 말이라도 부모 말은 잔소리 중 하나로 흘려 듣고 전도사님이나 선생님 말은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서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부모는 자신의 자녀를 반듯하게 키우고 싶은 욕심이 늘 마음에 가득하다 보니 별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하다가도 자칫 교훈조로 흘러버리는 경우가 많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듯이 쳐다보는 아이들의 표정을 읽곤 “아차!” 하지만 다음에 또 반복하곤 한다.

자녀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기란 참으로 힘드는 일이다. 잔소리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기특한 아이들이 더러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부모들의 눈에 비친 자녀들은 늘 불안하기 때문에 일일이 간섭하고 평가하고 지도해야만 마음이 놓인다.

어쨌든 자녀를 키우는 동안 잔소리-좋게 표현하면 훈계-를 전혀 안하고 살수는 없다. 하지만 그 듣기 싫어하는 표정을 보면 자칫 감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어느 부모가 틴에이저인 자녀를 집안에 있는 연장으로 때려 경찰이 출동했다는 기사들을 볼 때면 바로 이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차근차근 아이들을 납득시키기엔 부모들의 삶도 사실 참 고단하다. 부부가 함께 맞벌이라도 하게 되면 자녀들을 제대로 보살피기가 쉽지 않다. 하루종일 밖에서 일하다가 집에 와 보니 아이들이 자신들의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실망스런 모습만 보인다면 어느 부모가 마음이 편할까?

물론 집안살림과 자녀 뒷바라지만 하고 사는 엄마도 있다. 어쩌면 모든 행동이 눈앞에 보이니 잔소리 할 일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자녀들 뒷바라지를 열심히 하다 보면 기대치도 더 높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그대로 자녀와 충돌이 생긴다.

다른 집 자녀들은 다들 문제없이 잘 커 주는데 내 아이들은 왜 이럴까? 너무 속상해 하지 말자. 문제가 없는 가정은 하나도 없다. 문제를 문제로 보기보다는 다른 인격체와 어울려 살아가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행복한 자녀로 키우는 것이 성공한 자녀를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한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부모와 자녀 모두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화를 내는 것을 한 템포 늦추어 보자.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지만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화를 내서 결과가 더 좋아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말하고 싶은 문제의 핵심 보다는 감정이 앞서 그르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아직 독립할 나이도 아니면서 간섭은 정말 싫어하는 우리 아이들이 때로는 야속하지만, 칭찬할 조그만 일도 크게 부풀려 말해보자. “잔소리 좀 그만하세요!”가 아니라 “제발 칭찬 좀 그만 하세요!”하며 익살을 떠는 우리 아이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메일 문의 ohyeonhee@hotmail.com

입력시간 :2004. 01. 05 14: 21
2004년 2월 6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