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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이 낯선땅에 뿌리내리느라 힘드니?

2003.06.27 02:09

오연희 조회 수:285 추천:60

무궁화 꽃 핀 거리따라

오연희

아침 산책길을 오가며 길가 정원에 핀 무궁화를 보면 문득 이 집 주인은 누구일까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들도 나처럼 무궁화를 보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는 한국인일까, 혼자 생각에 젖는다.

덜컥 문을 열고 나오면 아무 말도 못할 거면서 괜시리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는… 같은 마음이예요!…하고 중얼거려본다.

내 추억 속의 나무가 있듯이 모든 사람들은 그들만의 것들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을 것 같다.

생각의 끝을 따라가다 보면 내 추억의 나무 뿐만 아니라 그들의 것도 참 소중하게 여겨져 이 세상 모든 꽃과 나무를 바라보는 눈이 더욱 애틋해진다.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가 장미의 화려함이나 백합의 우아함을 갖고 있진 않지만 한국인의 가슴 속엔 어느 꽃보다 화려하고 우아하게 피어 있을 것이라 믿고 싶어진다. 아니 어쩌면 아주 슬프게 피어 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가끔 어느 길가 정원에 있는 무궁화에 눈길이 머물러 정신 없이 서 있다 보면 슬그머니 집주인이 밖으로 나온다. 나는 빙긋이 웃으며 시침 뚝 떼고 가던 길을 간다. 그 정원의 무궁화를 마음 가득 담아서 간다.

무궁화가 유난히 힘이 없어 보이는 날이 있다. 넌 왜 이 낯선 땅에 와서 뿌리를 내리느라 그리 힘이 드니 우리 모습이랑 너무 닮았네… 그래…우리 서로 위로하며 힘껏 살아보자꾸나…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가만가만 흥얼거려 본다.

입력시간 :2003. 06. 08 18: 21

2002년 6월 9일 기사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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