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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현장엿보기]성인사이트와 우리 자녀

2003.06.12 04:11

오연희 조회 수:233 추천:59

[현장엿보기]성인사이트와 우리 자녀

이메일을 열 때마다 성인사이트의 안내글이 수시로 올라 온다.

처음엔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요즘은 너무나 쉽게 수시로 접하다 보니 그러려니 하고 한번의 클릭으로 삭제해 버린다. 성인사이트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TV, 신문, 잡지책을 뒤적거리다 보면 여자와는 전혀 관계없는 광고에도 선정적인 모습의 여자가 등장한다.

예전엔 ‘끼가 있다’ ‘섹시하다’는 말을 들으면 괜히 민망해 지곤 했는데 요즘은 멋있는 사람을 나타낼 때 쓰는 전용어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성적인 자극을 쉽게 받는 사회 분위기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어른들은 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 대해 한번쯤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녀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는 말을 듣게 된다. 자녀 공부에 도움이 되는 거라면 뭐든지 해줄 준비가 돼 있는 부모들은 컴퓨터가 여러모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불안해 지곤 한다.

부부가 함께 사업을 하고 있는 내 이웃은 딸이 컴퓨터를 너무 많이하는 것 같아 요즘은 컴퓨터 사용시간을 규제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들은 ‘컴맹’이기 때문에 딸이 무엇을 하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분명 공부하고는 관련 없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평소에 그 아이는 자신의 외모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듯 해 은근히 걱정이 됐다. 그래서 슬쩍 “따님이 어떤 사이트에 관심이 있는지 한번 봐 드릴까요 ” 라고 물었더니 반갑게 그렇게 해 주기를 요청했다.

지난 한주 동안 이용했던 사이트들을 쭉 클릭하자 역시 연예와 패션사이트로 꽉 차 있었다. 이웃 부부에게 고등학생 딸의 관심분야가 이러저러 하니 전공 결정에 참고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다. 그리고 다행히 성인사이트 는 별로 보지 않는 것 같다고 안심을 시켰다. 자녀들이 무엇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컴퓨터다.

아이들이 이용했던 사이트를 살펴 보는데는 고도의 컴퓨터 실력이 필요하진 않다. 이메일 정도를 주고 받을 정도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데 컴퓨터를 접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질 따름이다.

자녀들의 관심 사이트를 클릭해 보는 것도 18세 이전이나 가능한 일이다. 18세가 넘으면 성인이나 마찬가지여서 부모가 일일히 간섭하는 것도 힘들지만 자칫 자녀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할 수 있다.

요즘은 특별히 성인사이트를 클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뜨는 경우가 많다. 성인사이트 이용 흔적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녀가 관심이 많아 클릭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성인사이트도 책처럼 표지가 있고 내용이 있기 때문에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혹시 그런 사이트가 발견됐다 하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자녀를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인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을 상대로 부모 노릇 하기가 쉽지 않지만 자녀 역시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완전히 자유스럽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이런 문제를 놓고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로 풀어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메일 문의 ohyeonhee@hotmail.com
입력시간 :2003. 02. 10 14: 41
2003년 2월 11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