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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부모 노릇과 자녀들의 교회봉사

2003.07.01 16:59

오연희 조회 수:311 추천:61

부모 노릇과 자녀들의 교회봉사


부모가 믿음이 좋다고 그 자녀들이 반드시 믿음이 좋은 것도 아니고 반대로 부모는 믿음이 없는데도 신실한 믿음을 가진 자녀를 둘 수도 있다. 부모로써 자녀에게 생활의 또는 신앙의 본이 되고 싶지만 솔직히 인간적인 감정과 욕심이 앞서다 보면 원만한 부모자식 관계를 갖기란 결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미국의 많은 한인 가정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많은 나쁜 사건들이 믿는 가정을 피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신실한 믿음을 가진 부모님들이라 할지라도 자녀만은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의 자녀들이 교회에서 봉사하기를 즐거워 한다면 그보다 큰 축복이 어디 있으랴!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흐뭇하다. 그 아이들이 믿음이 좋건 아니건 지금 이 시간 어떤 잘못된 장소에 있지 않다는 그 안도감이 나를 기쁘게 할 때가 있다. 물론 교회가 아니라도 건전한 장소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최소한 주일날은 일상과 다른 영적인 생활을 위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봉사를 하는 삶이 참으로 바람직하고 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교회에 하루 종일 있다고 봉사를 열심히 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내가 한국 있을 때 다니던 교회 담임 목사님은 학생들이 라면 끊여 먹으면서 웬 종일 교회에서 시간 보내는 것을 보고는 화를 내셨다. 집에 가서 공부하라고…교회에 온종일 있다고(물론 때때로 교회 일을 돕기도 하지만….) 믿음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앞으로 더 크게 쓰임 받기 위해선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열심히 하고 교회에서 봉사할 땐 책임을 가지고 하길 원하셨던 것이다. 그 목사님의 말씀이 내가 자녀를 키워보니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사실 가끔은 교회에서 하는 봉사라는 것이 여러 가지 바쁘다는 이유로 책임을 다하지 못할지라도 탓하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 것” 이라는 예수님 말씀이 책임감의 결여에도 너그럽게 봐줘야 진짜 사랑과 믿음이 있는 것처럼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남에 대해서는 허물을 덮을만한 포용의 마음을 가져야겠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봉사에 임하는 우리 자녀들이 되길 바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니 참 부끄럽다.

.2003년 2월 20일(목)7면 기사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