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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현장엿보기]자녀에게 친구란?

2003.08.05 10:31

오연희 조회 수:342 추천:82

[현장엿보기]자녀에게 친구란...

대학기숙사나 아파트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은 여름방학이 되면 대부분 모든 짐을 가지고 나와야 된다.

물론 집으로 바로 돌아갈 수 있거나 다음 거처가 정해져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며칠 동안 머물 곳이 마땅치 않은 아이들이 종종 있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두주 동안은 이처럼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아들, 딸의 친구들이 필자의 집에서 며칠씩 자고 가곤 했다. 친구라고 소개하길래 비슷한 나이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필자의 아들, 딸보다 다섯 살 이상 차이가 나는 형이나 언니도 있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미국적인 기준에서 친구의 범주는 참으로 넓고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필자가 어디 외출이라도 할 기미라도 보이면 아이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내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필자가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하면 아이들은 “꼭 가야 돼요 ”라던가 “거기 가면 우리 또래 애들도 있나요 ”라고 물으며 염려스런 눈빛으로 상황 파악하기에 바쁘다.

그러다가 혹 친구한테서 전화가 오면 “저 나가 봐야겠는데요”하면서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이 나가 버린다. 아이들이 같이 있어 줬으면 싶을 때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더 즐거워 하는 아이들을 보면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인간관계도 잘 만들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애써 섭섭한 마음을 달래곤 한다.

우리 어른들이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듯이 아이들 역시 원만한 친구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아픔을 겪기도 한다. 지나치게 똑똑한 척 한다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비방을 일삼는 아이는 결국은 친구들에게 외면당하기도 하고, 또 성격적으로 다른 사람과 쉽게 어울리지 못해 외로움 속에서 지내는 경우도 있다.

자녀가 잘못되는 경우 많은 부모들은 자기 아이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그렇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자녀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을 가져서는 곤란할 것이다.

어른들도 실수하고 사는데 인생경험이 적은 우리 아이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실수는 하되 실수가 인생의 실패로 가지 않도록 늘 관심과 사랑, 기도로 우리 아이들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우린 가끔 부모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도 자녀들 스스로 잘 커줬다는 성공담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성공의 기준을 어디에다 두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 질 수 있다.

자녀를 제대로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 드는 일인지 아이들이 커갈수록 더욱 절실히 느낀다. 미국에 살면서 부모들은 생계를 비롯해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고, 아이들은 또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기에 바빠 가족이 함께 할 여유를 얻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가정이 흔들리면 그 동안 애써 쌓아놓은 모든 좋은 것들이 너무도 하찮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선배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 분의 자녀들 역시 친구라면 껌뻑하는 아이들이지만 선배는 연말연시만은 가족과 보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고 한다.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5일정도 가족여행을 떠나는데 반드시 비싸지 않은 호텔에 방 하나만 잡는다고 했다. 그 좁은 공간에서 네 식구가 복닥거리다 보면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가족간의 살가운 정이 물씬물씬 느껴진다는 것이다.

부모가 어느 정도 성장한 아이들과 늘 함께 하고 싶어한다면 부모나 자녀 모두에게 참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은 가정이라는 사실을 우리 자녀들이 알 수 있도록 각자의 형편에 맞은 작은 계획이라도 세워보자.

이메일 문의 ohyeonhee@hotmail.com

입력시간 :2003. 08. 04 14: 51

2003년 8월 5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