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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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또 하나의 출발점에 서다

2006.04.03 08:18

오연희 조회 수:940 추천:203

미국대학 합격자 발표가 대부분 끝났다. 간절히 원하던 명문대학에 철썩 붙은 자녀를 둔 가정은 활짝 개인 봄날이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이 더 많은 것 같다.

같은 대학에 합격을 해도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참 다르다. 자녀의 성적에 비추어 더 좋은 대학을 기대했던 가정은 속상해 하고 4년제나 갈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던 부모님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기뻐하고 있다.

진학할 대학을 결정하게 되면 흡족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어쨌든 가장 가까운 목표 하나에 도달한 셈이 될 것이다.

남은 학기의 야무진 마무리 후에 맞게 될 올 여름은 자녀의 인생 중 가장 마음 편안한 방학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부터다' 라는 마음을 가져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합격이 졸업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직장 동료인 아버지를 둔 두 가정이 있었다.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절친하게 지냈다. 대입 결과가 나왔다. 한 아이는 괜찮은 4년제 대학에 합격했고 또 다른 아이는 커뮤니티 칼리지로 진학했다.

얼마의 세월이 흘렀다. 괜찮은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고 너무도 기뻐하던 댁의 아들이 대학생활 1년이 조금 지났을 즈음 학교를 그만 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학교가 마음에 안 들어서' 라기도 하고 '전공을 바꾸기 위해서' 라는 말도 있었다. 부모님이 사시는 근처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닌다는 분분한 소문만 들려 올 뿐이다.

그리고 한 해가 또 흘렀을 즈음의 어느날. 자신의 자녀가 커뮤니티 칼리지로 가게 되었다고 담담하게 말하던 댁의 엄마가 연락을 해 왔다. UC계열 상위권 대학으로의 편입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자녀를 믿고 기다린 그 어머님의 기쁨이 전화선을 타고 흘렀다. 반가움에 괜히 말이 많아져 이런저런 지난 사연을 듣게 되었다.

어려움을 극복한 기특한 그 댁 아들의 환한 모습이 떠 오르면서 중간에 학교를 그만둔 그 친구 아이의 염려의 눈빛이 겹쳐졌다.

어쨌든 대학입학 이라는 관문 앞에서 일어나는 우여곡절과 입학후의 변화들을 보면서 지나치게 우쭐할 필요도 또한 기죽을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의 인생길이 산 넘어 산이라고 한다. 높아만 보였던 자녀의 '대학입시' 라는 산 하나를 넘고 나면 크고 작은 산과 강들이 또 기다리고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학 학비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는 부모님의 몫이다.

부모님의 수입이 많지 않으면 그랜트 혜택을 받기도 하지만 어지간히 벌어서는 자녀 대학 학비 꼬박꼬박 대는 것이 만만치 않다.

경험을 중시하는 미국사회에서 졸업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일을 하는 것이 맞는지 공부만 하게 하는 것이 맞는지 혼란을 겪기도 한다.

물론 대학입학도 대학생활도 사회인이 되어 가는 과정도 알아서 척척 해내는 신통한 자녀도 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 그렇게 심심하게 전개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모두 깊이 생각하고 결정하고 해야 할 사건들 투성이이다.

전공 선택 없이 입학한 아이들은 소위 인기 있는 전공을 택하려면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게 된다.

전공을 선택해서 진학한 자녀들은 그 전공이 자신에게 맞는지 제대로 학점을 받을 수 있는지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기숙사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우리 자녀들은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만끽하지만 책임을 동반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부모님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필자의 딸 경우를 보면 돈 관리를 제대로 할 줄 몰라 기숙사에서 쫓겨나 아파트로 옮겨간 적이 있다. 체크를 줬는데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깜빡 하고 마감 날짜를 넘긴 것이다. 덕분에 선배들과 자취 생활을 하면서 철이 많이 들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열이 펄펄 났던 기억이 있다.

좋은 일 나쁜 일 정말 모두가 남의 이야기였는데 많은 부분이 나의 일이었다.

아니 우리 모두의 일이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말이 있지만 대학을 들어가는 것이 끝이 아니기에 섣불리 나의 자녀나 남의 자녀를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부모도 자녀도 또 하나의 출발점에 선 것이다.

ohyeonhee@hotmail.com



신문발행일 :2006. 04.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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