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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현장엿보기)그놈, 참 맹랑하네..

2003.09.25 11:53

오연희 조회 수:388 추천:53

[현장엿보기]일상 속의 경제교육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좋은 학벌을 가지면 직장이 보장되던 시기는 오래 전에 지나갔다.

최근엔 여러 가지 구비조건을 갖추고도 직장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한국과는 다르게 많은 미국 대학생들은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대학 공부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자칫 일에 시간을 많이 뺏기다 보면 졸업이 점점 더 늦어 질 수 있다.

공부만 열심히 해서 빨리 졸업하는 것이 좋은지, 졸업을 늦추더라도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좋은지를 따지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돈을 버는 일에 일찍 눈을 뜨는 사람도 있고, 대학 졸업 때 까지 한번도 스스로 돈을 벌어 볼 생각 없이 공부만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역시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고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의 자녀가 한창 공부할 시기에 돈 버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면 어떻게 할 것 인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Rich Dad Poor Dad)에서처럼 9살 먹은 초등학생이 부자가 되고 싶다고,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느냐고 물어오면 우린 뭐라고 대답했을까

“조그만 놈이 하라는 공부나 하지 쓸데없는 생각한다”고 혼냈을까 “그 놈 참 맹랑하네”라며 씩 웃고 말았을까 어쩌면 “누가 너보고 돈 벌어 오랬냐 공부나 해! 공부!” 라고 핀잔을 주지나 않았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저자인 기요사키의 경우처럼 핀잔은 커녕 9살 먹은 아들친구를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켜가며 스스로 체득하도록 가르쳤을까

전통적으로 한인 가정의 부모들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만 없다면 자녀가 공부할 땐 열심히 공부만 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일상의 삶 속에서 경제관념을 심어 주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필자의 아들이 중학교 다닐 때 학교 친구 중 한 백인 아이는 컴퓨터용 음악 CD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제법 비싼 값을 받고 팔아 중학생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의 돈을 벌었다. 시기심에서 였는지는 모르지만 친구들이 그 학생을 부러워하면서도 미워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당시 필자도 그 아이는 분명 비즈니스 머리가 보통 애들 보다는 월등하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 전 이웃의 한 한인 고등학생이 마약사범으로 검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아이는 방과 후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었는데 자신이 스스로 번 돈이라 부모가 일체 간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번 돈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는 바람에 그런 불행한 지경까지 가게 되었다고 한다.

어디까지 허락하고, 어디까지 규제해야 하는 걸까?
자녀의 비즈니스 머리가 일찍 깨이거나 또는 일찌감치 용돈이라도 벌어 쓰겠다는 자녀를 갖는다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그러나 스스로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질 때 까지는 자녀가 어디에다 그 돈을 사용하는지 관심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돈은 사람을 망치게도 하고 또 사람을 살리게도 하는 양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정당하게 돈을 벌어서 가치 있게 쓸 수 있도록 부모의 가르침이 늘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부모들의 책임이 참으로 무겁다.

이메일 문의 ohyeonhee@hotmail.com

입력시간 :2003. 09. 22 15: 11

2003년 9월 23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