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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현장엿보기]뜻대로 안되는 대학입시

2003.11.13 06:27

오연희 조회 수:396 추천:59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된지도 벌써 한달여가 지났다. 백투스쿨의 요란한 세일간판도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는 10월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힘찬 새 출발을 향해 나아갈 때다.

모든 출발이 다 중요하지만 12학년 학생들에게는 이번 가을 학기가 그들의 삶에 굵은 획을 그을 중요한 계절인 만큼 그리 녹녹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 동안의 SAT 성적, 내신 성적, 특별활동 성적, 봉사활동 내역 등을 면밀히 검토해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와 실제로 자신의 실력에 맞는 학교를 구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요즘들어 미국의 명문대에 진학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학교 카운슬러나 부모와 신중하게 의논을 해 지망대학을 결정했다 할 지라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요소가 학교마다 다른데다 때로는 카운슬러나 부모, 그리고 학생이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올 가을학기 대학에 진학한 아들친구 P는 그의 번뜩이는 눈빛만 봐도 다른 모범생의 범주를 넘어서는 뛰어난 학생이었다. 초등학교부터 12학년까지 단 한번도 B를 받아 본적이 없었고, SAT 성적이 거의 만점이었으며, 학교와 커뮤니티 청소년 교향악단의 악장으로 활약했다.

P가 그리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성적이 뛰어나 한번은 아들이 그 방법을 물어 봤다고 한다. 그 아이는 “공부는 그냥 ‘피겨 아웃(figure out)’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전을 찾아보면 피겨 아웃이란 ‘생각해내다, 계산하다, 어림하다, 해석하다, 이해하다’란 뜻인데 그 아이가 말하는 의미를 보통의 머리를 가진 아이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P가 평소에 가고 싶어하던 명문 사립대에 얼리 디시즌으로 지원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들은 아들은 합격발표가 났을 때쯤 전화를 했다. 아들이 “합격했지 ”라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불합격이라는 대답이었다.

P는 일반 지원한 동부의 여러 명문대에서도 입학허가를 받지 못해 결국 마음에 내키진 않았지만 캘텍을 가게 됐다. 물론 캘텍 역시 엄청나게 훌륭한 학교이긴 하지만 P가 원하던 전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학교였다.

P는 명문대에 재학중인 형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자신이 떨어진 이유는 자신감에 넘친 나머지 에세이를 소홀히 한 탓이라고 스스로 분석했다. 필자의 친척중에 한 학생도 P와 비슷한 케이스인데 그 아이의 형은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우수하다. 문제는 형이 너무 잘해 명문대 합격이 그리 힘들지 않은 줄 알고 동생이 자신의 실력 이상의 학교에만 지원서를 낸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모조리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아이는 “세상이 무섭다”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원래 성적이 좋은 아이라 UC계 캠퍼스 한곳에서 선뜻 받아줘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긴 했지만 지원한 학교에서 모두 불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의 암담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그 아이는 그런 시련과 실패를 통해 겸손함과 작은 일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12학년 학생들은 이제 입학지원서를 쓰기 시작할 시점이다.

미국에서는 복수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대학에 원서를 낼 때 6~9곳의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 상례다.

당부하건데 절대로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지 말고 3분의 1은 자신의 성적 수준에 맞춰 지원하며, 3분의 1은 조금 욕심을 부려 상향 지원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안전 지원을 해야 한다.

영어로 ‘백업(backup)’이라는 말이 있다. 만에 하나라도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입학지원서를 작성할 때 작은 부분도 소홀히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실력에 맞는 원하는 학교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메일:ohyeonhee@hotmail.com

입력시간 :2002. 09. 30 14: 16
2002년 10월 1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