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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황당했던 대학합격 취소 통지

2003.12.27 07:49

오연희 조회 수:478 추천:66

[현장엿보기]대학 합격취소 통지

이제 9월이 되면 대부분의 대학들이 가을 학기를 시작하게 된다. 특히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는 자녀들은 이번 여름방학을 보내는 의미가 다른 여느 때와는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좋으면 좋은 데로 또 부족하면 부족한 데로 결정된 대학을 받아들이고 약간의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마지막 8월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혹시 7월말과 8월초 쯤 자신의 자녀가 진학할 대학측으로부터 합격취소 통지를 받은 가정은 없는지 모르겠다. 필자가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이 합격취소 통지를 받은 아들을 둔 엄마이기 때문이다.

아들의 12학년 마지막 학기 성적이 ‘Freshman Provisional Admission Contract’ 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성적을 얻지 못했으므로 합격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던 것이다. 이미 학비의 일부도 지불됐고, 기숙사 배정도 끝나 학기가 시작될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서 입학취소라니.

마지막 학기 성적이 나빠 막판에 대학입학 취소 통지를 받는 경우가 있다는 소리를 언뜻 들은 적은 있지만 내 아들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몹시 당황한 아들도 마지막 성적표를 찾느라 난리 법석을 떨었다. ‘Freshman Provisional Admission Contract’를 체크하고 아들의 성적표를 대조해 보았더니 아무래도 이상했다.

언급된 내용에서는 아들의 성적이 그리 문제될 것이 없었다.
일단 학교측에 전화를 했다. 아들이 전화 메시지를 남기고 나서 30분이 지나자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학교측에선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학교 결정에 이의가 있다면 어필(appeal) 편지를 보내고, 답을 받기까지 4주를 기다려야 하며, 그 동안 다른 학교를 알아 보라”고 할 뿐이었다.
여러 학교에서 입학허락을 받았지만 오직 이 학교만을 선택했는데 다른 학교를 알아보라니. 지금 이 시점에 어딜 어떻게 알아 보란 말인가 막막했지만 이럴 때 부모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 아들의 심정을 먼저 헤아려 보기로 했다. 아침에 늘 깨워야만 일어나던 녀석이 스스로 일어났다. 그리고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아들은 엄마와 아빠한테 미안하다며 기가 팍 죽어 있었다.

아들은 하루 종일 어필 편지를 작성했다. 자신의 성적은 이만저만하며, 마지막에 치른 AP 성적 자료와 방학 동안 집근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한 과목을 수강했는데 A를 받았다는 것 등등을 써서 12학년 마지막 성적표와 함께 학교측에 팩스를 보냈다. 일단 보내긴 했지만 4주를 기다려야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 졌다.

그런데 어필 편지를 보낸 지 사흘 만에 학교측으로부터 우편 연락이 왔다. 다시 입학이 허락됐다는 것이다. 아들의 편지와 성적표를 받고 아들에 관한 모든 자료를 리뷰한 결과, 자신들의 업무착오를 인정하고 즉시 연락을 취해준 것이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고 보니 정말 마지막 성적이 좋지 않아 합격취소 편지를 받은 학생들의 안타까운 심정이 나의 일로 다가왔다.

일단 입학취소가 되면 해당 대학교의 웹사이트상에 그 학생에 관한 자료가 사라지며 다시 입학이 허락되는 즉시 모든 자료가 되살아 난다. 하지만 모든 프로세싱(processing)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확인해야 할 곳은 등록, 재정보조, 기숙사, 오리엔테이션 담당 부서 등이다. 특히 재정보조(Financial Aid)가 필요한 학생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서둘러 알아봐야 한다.

자신이 입학할 대학이 이미 결정된 12학년 학생들은 아무래도 마지막 학기엔 공부에 소홀하기가 쉽다. 가을에 12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하도록 당부하고 싶다.


입력시간 :2002. 08. 26 15: 16
2002년 8월 27일 기사실림
피터노.케빈리 공저 "미국대학 알고나면 어디든 갈수있다"에 수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