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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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교양없는' 엄마들

2004.11.30 04:23

오연희 조회 수:436 추천:62

필자의 처녀시절 길거리에서나 혹은 백화점에서 화가 잔뜩난 표정으로 자신의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기까지 하는 엄마를 본적이 있다.

그 엄마와 아이를 슬쩍 훔쳐보면서 '저런 엄마를 만난 아이는 참 불쌍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결혼하여 아이를 가진다면 절대로 저렇게 교양없는 엄마가 되지 말아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다.

아이가 말을 잘 안들어도 목소리를 낮추고 미소를 머금은 편안한 표정으로 "얘야 그러지 말구 이러면 어떻겠니?"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엄마의 의사를 잘 반영시키는 교양있는 엄마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 보았었다.

그런 필자가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워본 후 결혼전에 보았던것과 비슷한 광경을 보면 "얘야 오죽하면 니네 엄마가 그렇게 화가 났겠니?"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흘리게 된다.

어린 자녀를 가진분들이 자녀를 어느정도 키운 부모를 보며 부럽다고 하는 소리를 가끔 한다.

자녀를 키우기가 너무도 힘드는 자신들과는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다. 부모가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공부도 잘하고 행동도 반듯하고 어디 나무랄 곳이 없는 아이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평범한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현재 자신들이 경험하고 있는 힘든 과정을 거쳐왔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딸이 두살이었을 때 필자는 아들을 임신한 무거운 몸으로 시내 버스를 탈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했을 때 버스에 오르려고 딸을 번쩍 들어 안았다. 그 때 딸은 자기 스스로 탈수 있으니 내려 놓으라며 "내가 ! 내가!"를 외치며 떼를 썼다.

뒤에 사람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고 운전수 아저씨는 시간 없다며 빨리 타라고 재촉을 하는데 딸은 "내가!"를 외치며 버스 올라가는 계단을 막고 울부짓어 엄마를 쩔쩔 매게 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아이들의 돌출행동이 그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 일지라도 처해있는 환경이 그것을 수용하지 못할 때가 있다. 우리 자녀들의 사춘기 역시 정상적인 성장과정이라지만 너그럽게 넘어가지지 않는 상황이 참 많다. 상황설명이 통하지 않을때 감정이 앞서게 되고 교양과는 담쌓은 엄마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감정이 앞서다보면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을 하게 된다. 홧김에 때로는 무심코 뱉은 부모의 한마디가 자녀에게 깊은 상처가 되어 부모에게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터놓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는 어느 교육상담가의 글을 본적이 있다.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교양이라는 말을 들으면. "주의 교양과 훈계로 너희 자녀를 양육하라"고 하는 성경구절이 생각난다.

말씀대로 키웠다고 자신할수 없는 필자의 경우는 이 말을 들을때마다 가슴이 뜨끔하다. 그런데 그 구절 바로 앞에 " 너의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라는 구절을 읽으면 더더욱 그렇다.

부득이한 경우만 교양없이 군것이 아니라 감정과 욕심에 치우쳐 아이를 아프게 했던 경우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참고 인내하고 희생하고 감싸고 사랑을 베풀기만 하던 우리의 어머니들 그 어머니를 향한 자녀들의 절절한 그리움의 글들을 접할 때마다 내 아이들의 마음의 영상에 남아있을 필자의 모습을 생각하면 적잖게 염려가 된다.

자격증 홍수시대인 요즘세상에 그무엇보다 막중한 자녀를 키우는 일에 자격증도 없이 시작한 우리 부모들이기에 시행착오를 경험할수 밖에 없을지 모른다.

감정에 치우처 자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길지도 모르는 말을 삼가하고 혹시 말을 뱉어놓고 아차 싶을땐 즉시 사과 함으로써 자녀를 노엽게 하지않는 교양있는 엄마가 되기를 자녀를 키우고 있는 모든 엄마들에게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ohyeonhee@hotmail.com

신문발행일;2004년  1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