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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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성숙한 사랑 표현법

2004.07.26 09:45

오연희 조회 수:364 추천:59



필자의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교실에서 수업 중 기회만 있으면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긴 머리카락을 잡아 당겨서 그 아이가 울고 불고 난리를 쳤다.

물론 아들은 선생님한테 엄청 혼이 났다. 하지만 혼난 후로는 연필로  
그 아이의 허리를 쿡쿡 찔러댔다.

너무 화가난 선생님이 엄마인 필자를 불러선 아들이 유독이 그 여학생 한테만 짓궂게 굴고 있으며 그 아이의 엄마도 몹시 화가나 있다고 했다. 필자는 어찌나 미안하고 속상하던지 집에 와서 아들에게 다구쳐 물었다. 굵다란 매를 앞에다 놓고 “너 정말 엄마한테 많이 혼나야겠다!” 화를 내면서 왜 그랬냐고 물었다. 그런데 대답이 걸작이었다. “엄마, 걔가 우리반서 제일 이쁘잖아요?” 기가막혀서 속으로는 웃으면서도 다시 그런일이 있을까봐 혼을 냈고 그일을 계기로 필자는 그 여자아이의 엄마와 더욱 친하게 된 기억이 있다.

애나 어른이나 그것이 우정이든 사랑이든 관심이 있는 누군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자녀들이 어릴때는 안고 보듬고 뽀뽀하는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사랑 표현 방법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갈수록 뜸해지다가 전혀 그렇게 부비며 사랑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살아간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 비하면 요즘은 가족들끼리 자연스럽게 애정표현을 하고 사는 가정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좀 덜한 편 같다.

마음이 중요하지 꼭 그렇게 남이 보는데서 유난을 떨어야 사랑하는거냐며 한마디 하시는 분들도 가끔있다.

하긴 그렇게 애정표현을 진하게 하는 미국인들이 헤어지기도 잘하는걸 보면 노골적인 애정표현과 진정한 사랑과는 별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 많은 수가 사랑이 결핍된 성장기를 가진 탓이라고 한다.

얼마전 오랫동안 게이였다가 현재는 정상적인 부부생활로 돌아왔다는 어느 백인목사님의 간증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다.

그 백인목사님은 자신을 비롯한 많은 게이들이 게이가 된 것은, 어릴때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데서 기인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주 어릴때는 아버지로부터의 따스한 애정표현에, 조금커서는 아버지와 마음을 열고 나누는 대화에 갈급했고 그리고 학교생활 속에서는 동성인 남자친구들로 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 자신과 비슷한 케이스로 성장한 남자를 만나면서 사랑이 싹텃고 결국 게이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모든 게이들이 같은 이유를 가진것은 아니겠지만, 결국 정상적인 애정표현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의 과정을 경험하지 못하게 될때 정상적이지 못한 애정생활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는 얘기였다.

백인 아버지들은 한국의 아버지들보다는 자녀들을 향한 애정표현과 대화가 풍부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모두다 그런건 아닌 모양이다. 그런면으로 본다면 대체로 무뚝뚝한 편인 한국 아버지를 둔 우리들은 비정상적인 애정생활의 길을 갈 소지가 많다는 말도 된다. 하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은걸 보면 아마도 그 백인목사님은 아버지로부터의 다정한 애정표현과 대화에 갈급 했는지도 모를일이다.

우리는 쑥스러움에 자주 껴안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가 껴안을 때 상대는 우리를 느끼기 마련이다. 오늘, 부모님과, 친구와, 아내 혹은 남편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번 껴안아 보면 어떨까.

훌쩍 자란 우리 아이들에게 새삼스럽게 시작 하기에는 어쩐지 어색하고 서툴더라도, 다정한 눈빛과 함께 포옹하는 듯한 몸짓으로 다가가 보자. 못이기는척 하면서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대화의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 질 것이 분명하다.  

입력시간 :2004. 07. 09   15: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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