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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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니 이야기

2004.05.05 04:11

오연희 조회 수:512 추천:52

눈부시게 흰 피부와 늘씬한 체격을 가진, 전형적인 백인 미녀였던 제니는 볼 때마다 머리 색깔이 변했다. 주로 금발이었는데 때로는 파랑, 초록, 빨강으로 물들이다가 나중에는 머리를 몇 부분으로 나눠 각각 다른 칼라로 물들이고 나타났다.


제니는 초등학생인 필자의 아이들이 미국시골 마을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할때 같은 맴버였던 R의 누나였는데, 고등학생인 그녀의 요란한 머리칼라와 선정적인 옷차림은 늘 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어느날, 화장하지 않은 말간 얼굴, 수수한 옷차림 그리고 염색하지 않은 부드럽고 긴 머리칼을 날리며 나타났다. 더 놀라운 것은 커다란 첼로를 옆에 끼고 있었는데 달라진 그녀의 모습은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았다.

제니의 부모님과 친하게 되어 그녀의 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제니는 유난한 머리칼라와 튀는 옷차림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돌아와 보니 남자친구와 침대에 있던 적도 있었다면서 제니의 방황했던 지난 순간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제니는 바이올린으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던 남동생 R의 연습장이나 연주회장에 가끔씩 따라오곤 했는데, 어느날 자신도 첼로를 배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첼로를 시작한 이후 제니는 정말 놀랍게 변하기 시작했다며 첼로가 제니를 구하고 집안에 평안을 안겨다 줬다며 행복해 했다.

공부보다는 옷이나 머리 또는 장신구에 지나친 관심을 가진, 틴에이저 자녀를 둔 부모님의 하소연을 가끔 듣는다. 호기심, 동료의식, 개성이 강한 패션감각과 같이 긍정적인 의미의 관심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외모의 치장은 제니처럼 자신이 몰두할 것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경우나, 가정생활, 학교생활 그리고 친구관계에서 오는 여러 가지 감당하지 못하는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탈출구일 가능성도 있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를 무스로 바짝 세우고, 한쪽귀걸이 달랑달랑, 엉덩이 밑에 간신히 걸쳐진 진바지를 땅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는 남학생의 모습이 참으로 눈에 거슬릴때가 있다.

푹패인 가슴과 배꼽걸이를 한 배를 당당하게 내놓고 시멘트에다가 뭉갠건지 엉덩이 중간중간 구멍이 나있거나 너덜너덜한 청바지를 입은 여학생들의 차림을 보면 정말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자녀들에게 “절대로 안 된다” 는 부모의 기준이나 생각으로 감정을 앞세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수도 있다.

지나친 차림은 불량스러워 보일수도 있기 때문에 자제를 시켜야 한다는 부모도 있지만 그런것도 한 때라며 “ 하고 싶을때 하도록 두는것이 좋다” 고 하는 너그러운 부모가 예전 보다는 많아진듯 하다.

예전에는 공부 못하는 아이가 외모에만 신경 쓴다는 선입관이 있었지만, 요즘은 다방면으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이 인정 받는 세월이니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자신을 가꾸는것은 참으로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혹 자녀들이 패싸움 등 사소한 범죄에 연루됐을 때 학교 출석률, 성실성, 교사와 학교 스태프에 대한 태도뿐만 아니라 평상시의 옷차림이나 태도 등이 처벌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특히 갱스터 옷차림 혹은 빡빡 깎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학생은 문제가 생겼을때 더 의심을 받거나 가혹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더 짙다고 한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성숙해가는 자연스런 과정이지만, 혹 눈에 뜨이게 달라졌다고 느꼈을때엔 마음을 열고 자녀의 심정을 읽어주려는 부드러운 태도로 다가가 보자. 귀한 우리의 아이들이 부모님이 열어놓은 마음안으로 들어와 그들의 아픔과 기쁨을 편안하게 쏟아놓을 수 있도록.

입력시간 :2004. 04. 30 16: 21
2004년 5월 3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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