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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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떠나보낼 시간

2004.06.22 21:05

오연희 조회 수:366 추천:55

멀리서 학교 다니는 필자의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어떠세요?" "뭐가?" "외롭진 않냐구요?" "얘는 갑자기...외로울 틈이 어딨니?" "엄만 진짜 다행인거에요." 라면서 딸의 베스트 프렌드인 제니퍼 엄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백인친구 제니퍼는 엄마가 자꾸 울어서 걱정이라며 하소연을 한다는 것이었다. 딸을 대학 보내고 우울증에 걸려있는 엄마의 증세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다음 학기에는 일단 엄마곁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기도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릴려고 노력을 하지만, 딸을 떠나 보낸 허탈감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며 우리엄마는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딸 둘이 모두 홈스쿨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제니퍼 엄마의 심정이 충분히 헤아려지고, 엄마의 마음이란 인종을 초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를 막 끝낸 후 첫 대학생활을 앞둔 자녀나 부모들은 이번 여름방학을 이전과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맞게 될 것이라 여겨진다. 대학이 집과 멀거나 가깝거나 간에 마음으로 부터 자녀를 떠나 보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가을에 미국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들의 대부분은 기숙사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집에서 다닌다 하더라도 이제 자녀는 많은 부분 부모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게 된다. “사람 든자리는 표가 안나도 난자리는 금방 표가 난다”는 옛말처럼 잠시 머물다 간 자리도 표가 나는 법인데 일생 품에 품었던 자녀들이 떠나는 자리가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녀가 대학으로 떠날 때 쯤이면 일반적으로 부모의 나이가 사 오십대가 되니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변화가 오는 갱년기와 겹쳐지기도 한다. 이유없이 눈물나고 괜한 신경질 까지 난다는 갱년기의 고비와 함께, 자녀가 떠난 허전함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가야 하는지 경험자나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때다.

자녀를 키우고 가정을 꾸려오고 직장이나 비지니스에서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에서 잠시 멈춰 쉼표 하나 만들어 보자.

혹시 자녀를 위해서 라는 이름으로 내 뱉은 말중에 마음에 걸리는것이 있다면, 혹 공부하다가 힘들어서 부모에게 원망석인 말을 한적이 있다면 서로 마음을 열고 털어버리자. 부모 자식간이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든것이 다 이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어쩔수없이 수용은 하지만 대화 방법의 미숙함이나 마음을 열고 대화할 적절한 기회를 갖지 못함으로써, 서로 마음깊이 상처를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 얼굴을 맞대로 말하는게 어색하다면 편지나 이멜을 이용해도 좋을것이다. 하여튼 이 여름은 둥지를 떠나는 자녀의 가슴에 못다한 가족애를 심어줄 참 좋은 기회다.

기숙사에 내려놓고 돌아서는 부모님의 눈에 이슬이 맺히겠지만, 부모의 허전한 가슴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녀들은 부모품을 벗어난다는 자유로움과 새로운 대학생활에의 설레임으로 부모는 잠시 뒷전이 될 지도, 그러다가 돈이 필요하거나 뭔가 아쉬운 일이 생기면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모의 품을 떠나지 않으면 시도하거나 경험해보지 못할 많은 일들이 우리 자녀들 앞에 기다리고 있음을, 새로운 세상을 향해 힘찬 날개짓을 하느라 애쓰고 있으리라 믿자. 화분에다 심은 화초가 아니라 땅위에 뿌리를 뻗어가는 튼튼한 식물처럼 그들의 행동반경을 넓혀갈 것이다.

자녀를 떠나보낸 부모님들은 그동안 자녀 교육을 이유로 마음을 쓰지 못했던 곳으로 눈을 돌려보자. 경제적으로 크게 궁핍하지 않다면, 수입이 많지 않고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보람있는 일을 찾아보자. 그것이 적성과 맞는 일이라면 보람은 배가 될것이다. 서로의 자리에서 열심을 다하다보면, 머잖아 부모와 가정의 소중함을 아는 대견한 모습의 우리 자녀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입력시간 :2004. 06. 18 15: 51
2004년 6월 21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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